달팽이 따라잡기 - 제10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32
강은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푸른문학상이 벌써 10회째라고 한다. 마침 그동안 수상한 작품집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중 나는 얼마나 읽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망설이고 있는데 혹시 책 어딘가에 수상작 목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찾아보니, 역시 있다. 목록을 보니 거의 반 이상은 읽은 듯하다. 이 상으로 등단하는 작가들은 얼마나 설렐까. 독자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도 기대되는 일이지만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기대되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혹여 내게 공감을 주는 작품(어설픈 독자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는 말은 쓰지 못하겠다.)이라도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 작가는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른 작품이 나오면 꼭 찾아보곤 한다. 이번에는 어떤 작가를 만날지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쳤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상큼발랄하다. 커다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들이라서 읽기에 편하다. 이 점은 대체적으로 푸른문학상 수상작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간혹 그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런 작품을 만나기도 했으니 큰 불만은 없다. 어떻게 무거운 이야기만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이처럼 재미있고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신 이야기해 주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가끔 자신들의 불만을 터트려주면 더욱 좋아하겠지.

 

  무슨 일이든 느려서 달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승우와 형진이의 우정이 싹트기 시작하는 <달팽이 따라잡기>는 아이들이 읽으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엄마 얼굴도 모른다는 승우의 이야기를 듣고 현재의 승우가 왜 느릴 수밖에 없는지 단박에 꿰뚫는 형진이의 모습은 비록 형진이가 아닌 작가의 목소리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의 아이들이 그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승우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지훈이와 기표의 훈훈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인 <고등어와 해결사>에서도 어른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읽는 동안 마음이 따스했다. 솔직히 커다란 갈등이 없어서 안심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인 지훈이와 아이들의 갈등이 심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차였다. 주변에는 교실에서 악랄하게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무관심하거나 필요하면 도와주는 아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왕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이야기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두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보름이의 행동이 무척 귀엽다. 내용이나 길이 면에서 사계절출판사의 '웃는 코끼리' 시리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이야기 하나만 떼어서 7~8세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단행본으로 나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오히려 동화집 안에 있으면 다른 이야기들과 타겟 연령대가 달라서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네 편, 아니 다섯 편 모두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였다. <여보세요! 아빠?>만 빼고. 이건 좀 마음이 짠한 이야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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