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망똘망 왕국의 비밀 - 제7회 (주)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수상작 힘찬문고 59
김미숙 지음, 윤지영 그림 / 우리교육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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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되고 거기서 나중에 쓰게 될 물건을 받거나 챙겨오고(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의 그 기쁨이란. 무엇보다 내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뿌듯했다. 이 책도 처음에 모험을 떠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힘든 상황에 부딪쳤을 때 공상 혹은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어한다. 아니, 그게 어디 아이들 뿐인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판타지 세계에서의 모험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단다. 문제는 어른들은 이미 그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그다지 신비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들 마음을 쏙 빼앗는 동화를 쓰는 어른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맞추러 가게 된 혜안이가 안경을 끼고 나서 이상한 모험을 하게 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은 전형적인 판타지 동화다. 물론 혜안이에게 아무런 고민이나 힘든 일이 없었다면 그런 모험의 세계는 애초에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혜안이에게 생긴 일이 무엇인지는 모험을 하는 도중 조금씩 조금씩 드러난다. 어린 아이에게 안경을 혼자 맞추러 가라고 카드를 건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혜안이 잘못으로 형이 죽게 되어서 혜안이가 엄마 눈치를 보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아주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는 똘망똘망 왕국이 흥미롭다. 가슴 아플 때 떨어지는 유리조각 같은 파편이라던가 몽글몽글한 웃음 덩어리 등 우리가 평소에 언어로 표현하던 것들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한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혜안이가 인연의 끈을 찾아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의 고민을 풀어주면서 차츰차츰 혜안이도 자기의 고통과 마주할 힘을 얻게 된다. 사실 형의 죽음은 혜안이 잘못이 아니므로 혜안이가 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엄마가 아픔을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와 다행이긴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그 상황에서 혜안이처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할 아이가 얼마나 될까. 비록 동화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다 보니 잔인한 결말에 괜한 심통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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