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먹나 The Collection 4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외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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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린이에게 설명하려면 참 난감하다. 설명에 사용하는 생물을 직접 보았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어디 쉬운가. 그래서 간단하게 토끼는 풀을 먹고 여우는 토끼를 먹고…로 설명하곤 한다. 사실 여우 다음의 동물은 마땅치 않아 두루뭉실 넘기기도 한다. 이미 야생에서 상위 포식자들은 보기 힘들어졌으니까.

 

  이 책은 그 많은 동물을 모르더라도 먹이사슬의 관계를 어렴풋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꽃을 먹은 진딧물이 무당벌레에게 잡히고 그 무당벌레는 다시 할미새에게 잡히고, 그 할미새는 여우에게 잡힌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여우의 뱃속에 지금까지 잡아먹은 것들이 모두 들어있다. 물론 꽃과 진딧물은 표현하기가 모호했는지 들어있지 않지만 나머지 동물들, 그러니까 풀과 초식동물을 제외한 동물들은 모두 있다. 문득 <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라는 그림책이 생각난다. 그 책은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책이므로 이 책과는 의도가 다르지만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먹히는' 입장을 보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식물이라면 그 부담이 좀 덜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동물이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시키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많이 덜하다. 왜 그럴까. 아마 잡아먹히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다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우를 잡아먹은 늑대가 갑자기 죽는데(늑대와 여우를 같은 등급에서 비유해서 둘이 그런 관계인지 몰랐다.) 그건 바로 늙었기 때문이란다. 별다른 설명없이 늑대가 죽었고 그 이유가 늙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생명체는 유한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어쨌든 그렇게 죽은 늑대에게 파리가 꼬이고 개구리가 파리를 먹으면서 새로운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시작된다.

 

  이 책의 특징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흔히 먹이사슬을 설명할 때 한 사이클을 설명하고 마는데 여기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 마침내 다시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중간 단계를 설명하고 바로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단계로 했다면 지금까지 생태계의 순환을 설명하는 책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텐데 아주 침착하게 다양한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내용이 길어져서 한 번에 집중하기 힘들겠지만 자연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단순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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