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알을 찾아 - 방글라데시 땅별그림책 8
비쁘러다스 버루아 글, 하솀 칸 그림, 로이 알록 꾸마르 옮김 / 보림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은 장소를 불문하고 똑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옛날 교류가 전혀 없었을 텐데도 이야기의 구성이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만 해도 그렇다. 방글라데시의 책으로 그 나라의 전래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듯한데 중간중간 우리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꽤 있다. 이를 테면 <곶감과 호랑이>의 호랑이처럼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작정 도망치는 점이나 도망치면서 다양한 동물을 만나는 구성 등 여러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아들이 말을 사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자니 능력이 안 되고, 무시하자니 고집이 보통이 아닌 아들을 이길 재간이 없어 결국 떠올린 방법이 말의 알을 사다가 부화시킨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탄티에게는 가장 효율적이며 근사한 방법이다. 그런데 어리숙한 사람을 곯려 먹는 사람이 어디에나 꼭 있다. 결국 탄티도 그런 못된 사람한테 속아서 하늘을 나는 말의 알을 구했지만 그걸 집까지 가져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중간에 탄티가 말의 알을 구하고 <곶감과 호랑이>의 호랑이와 비슷한 호랑이를 만나서 잡으러 다니다가 결국 아무 소득없이 집에 오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그럴 듯하게 연결 된다. 물론 마지막에 말을 구해왔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꿀밤을 먹이는 부분에서는 잠시 뜨악했다. 아빠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고생한 아빠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 꿀밤이라. 마치 애초부터 말의 알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는 듯 행동하니 처음에 탄티를 어수룩하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무너져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탄티의 실체를 안 여우를 만났어도 전혀 겁먹지 않고 꾀를 내서 쫓아내는 것으로 보아 예전의 어수룩한 탄티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처음 읽을 때는 앞뒤 맥락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뜨악했던 것인데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런대로 수긍이 된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드는 생각 하나, 우리 그림책은 참 수준이 높은 편이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