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큰곰자리 6
고재현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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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전부 볼 수 있다면 오해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전부를 보진 못하더라도 내가 보는 게 아주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만 해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어차피 나는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없으니 내가 보고 듣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그래서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남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되돌아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현실에서 별 다른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갔다면 거기서도 별다른 깨달음을 얻진 못했을 것이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딱 그 문제와 관련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니까 현재의 고민거리가 된 출발점이라고나 할까.

 

  매일 힘없이 누워만 있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던 희주가, 엄마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던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나 왕따를 당하는 현재의 원인이 된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 세은이 이야기 등 여기서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살짝 물줄기를 틀어서 현재를 바꾼다. 커다란 현재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자신의 일에 개입하는, 조금은 타임머신의 규칙에 어긋나는 듯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현재를 바꿀 수도 없는 과거로 돌아가면 그냥 상황을 이해하는 것 외엔 다른 소득이 없어서 아쉬웠던 참이다.

 

  네 명의 아이들은 각기 현재의 가장 걱정거리이자 불만거리가 생기게 된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만약 현재(혹은 현실)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물꼬를 틀어야할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그건 아이건 어른이건 간에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말은 이렇게 쉬운데, 행동은 참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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