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앤의 꿈 일공일삼 78
캐더린 스터 지음, 마조리앤 와츠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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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은 지 시간이 지나도 너~~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고 나자마자 뭔가를 쓰고 싶은 충동이 드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이제야 쓰게 되었다.

 

  흔히 판타지의 고전이라 불리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생각난다. 사실 그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지루해서 속도가 나질 않았다. 어떤 이는 앞부분만 몇 번씩 시도하다가 포기했단다. 그런데 중반 즈음부터 정말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그리고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쨌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여운도 많이 남고 현대의 동화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책이 생각났다. 또한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아슬아슬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가졌던 <비밀의 화원>도 떠올랐다. 왜 두 개의 책이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 비슷한 시기에 씌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비밀의 화원>이 좀 더 오래 전에 나온 책(두 소설은 약 40년의 간극이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현재를 기준으로 봤을 때 40년은 엄청난 차이처럼 느껴지는데 과거의 40년은 시간차가 그다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아이들이 자기가 태어나기 전은 무조건 옛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이긴 하지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와 이 책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게다가 세 권이 모두 영국 작가의 책이라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매리앤은 생일날부터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되면서 꿈으로의 환상여행이 시작된다.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홍역이나 소아마비가 꽤나 유행했나 보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도 동생이 홍역에 걸리는 바람에 옮을까봐 시골의 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 밤 12시에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구조인데 여기서는 병명이 끝내 나오진 않지만 어떤 병에 걸려 침대에서만 지내는 중에 밤에 판타지 세계로 가는 구조이다. 매리앤의 병이 모르긴 해도 소아마비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활발하게 뛰어놀 나이에 꼼짝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한다면 없던 병도 생길 것이다. 그러니 꿈으로든 전혀 다른 세계로든 다녀와야 하는 것이겠지. 

 

  우연히 얻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연필로 대충 그린 그림이 마크와 매리앤의 모험의 세계가 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둘의 최대 목표가 되어 버린다. 물론 그 세계는 매리앤이 만든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마크를 원망하며 감시하라고 그려 놓은 돌이 제 역할을 너무 충실히 하는 바람에 고생하지만 그 일 때문에 둘은 한층 성장하게 된다. 마크가 스스로 병을 이기기 위해 애쓰는 걸 보고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매리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해결하고 친구를 돕는 동안 부쩍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대충 끄적인 그림이 현실과 오버랩된다는 설정이 그럴 듯하면서도 환상적이다. 워낙 꿈을 자주 그리고 많이 꾸는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되기도 한다. 매리앤이 나중에 마크를 만난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괜히 궁금해진다.

 

  요즘의 책들이 빠른 전개와 툭툭 던지는 듯한 대화의 유쾌함이 있다-점점 서사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리 동화들이-면 이런 책은 잔잔하면서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긴장감과 여운이 있다. 대신 배경면에서 현실감이 덜 하지만(아무래도 반세기 전에 씌어진 책이니까) 정서적인 면을 깨우고 싶다면 이런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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