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김선남 글.그림 / 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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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누런 종이에 옛날 이야기를 담은 것 같은 책만 보면 한 수 접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전통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련한 향수와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단어가 되었다. 이것이 단순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통의 의미를 알고 우리 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아마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아마 예전의 나처럼 아직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솔거나라 시리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 초창기에 획기적인 출발했고 그림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때도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다시 침체기에 들어서 요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여행 좋아하는데다  한창 역사에 관심을 가져서 역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여행 다닐 때 서울 사람들은 참 안 됐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복잡하고 각박한 도시에서 생활하며 유적을 찾아 떠나기 위해서는 서울을 벗어나는데만도 한참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유적지라고 생각했던 곳은 경주나 부여 뭐 그런 곳이었단 얘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서울의 유적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사람들은 별 준비없이 나와도 금방 유적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척 부러웠다. 여기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이왕 여행이라면 복잡한 도심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않게 된다.

 

  조선왕조실록과 여러 신문의 기사를 인용하며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서울 모습을 보여주는데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으니 책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옛날에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헌데 지금은 경복궁 앞이 이렇게 바뀌었지 하며. 당시 사대문 안이라 하면 지금의 강남은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강남이 모두가 선망하는 지역이 되어 버린 사실에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기도 하면서. 마치 고지도를 보는 듯한 그림 덕분에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변화와 발전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옛날 모습은 거의 사라져 간 현재의 서울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도시도 그처럼 옛 것을 싹 바꾸지는 않던데 말이다. 문득 지켜져야 할 것과 발전해야 할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누가 나더러 전통적인 한옥에서 옛날 식으로 살라면 글쎄, 자신 없다. 누군가는 지켜줬으면 좋겠지만 내가 하기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비단 나 뿐일까. 이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누군가는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은 예전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현재의 모습도 언젠가는 옛 것이 될 테니 현재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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