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도서관에 끌리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엮음 / 우리교육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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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간 사자>라는 그림책에 보면 사자가 도서관에 들어와서 아이들과 함께 뒹굴거리다가 사람들을 도와주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도서관에 간'으로 검색을 하면 다양한 책이 나온다. 공주님도 있고 암탉도 있으며 박쥐에 여우까지 있다. 그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사자가 나오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마지막에 사자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책을 읽으며 많고 많은 동물 중 왜 하필 사자였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흔히 보기도 힘든 사자를 왜?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문이 풀렸다. 비록 내 추측이긴 하지만(보스턴공공도서관에도 사자상이 있으나 그건 내부에 있으니 이렇게 짐작해본다). 미국의 뉴욕공공도서관 앞에는 커다란 사자 상이 두 개 있는데 그것을 모티브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 말이다. 이 사자상은 야구경기가 있으면 커다란 야구 모자를 씌워 놓고 공사중일 때는 헬맷을 씌우는 등 일종의 홍보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석상 보호를 위해 그만두었다고 한다.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을 보니 그렇게 사자 석상을 이용하기까지 사서의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아이디어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서들이 고민했다는 얘기다.

 

  아직도 우리는 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도 미흡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을 많이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의 도서관은 더더욱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있는 도서관을 보더라도 외관은 그럴 듯하나 내실은 썩 괜찮아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게다가 아직까지 도서관에 가는 이유가 책을 빌리거나 공부하기 위해서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아이의 독서에 관심있는 어른이 자녀를 데리고 가는 곳이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가는 곳은 아닌 듯하다. 도서관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하면 스스로 찾아가지 않을까. 보스턴공공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보고 든 생각이다. 물론 실상을 따지고 보면 그들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전체 청소년에 비해 극히 일부일 테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럽다.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은 지자체에 기부하려고 했으나 받질 않아서 법인을 설립해 꾸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그런 굴러들어오는 떡을 걷어찰 수가 있을까 의아했는데, 카네기가 기부하면서 도서관 건물을 지어주되 운영은 지자체가 알아서 하는 조건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이해가 갔다. 그만큼 도서관은 짓는 것보다 운영에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니까. 잠깐 딴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왜 대학에만 기부하는지 모르겠다. 카네기처럼 도서관을 짓도록 기부하는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도서관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이처럼 작은 차이가 바로 선진국을 가르는 척도가 아닐런지.

 

  챈틀리도서관 입구에 있다는 책 읽는 소년의 동상이 참 인상적이다.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기에 거기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같으면 경건한 자세로 앉아서 책 보는 동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존대말을 가르쳐야 한다며 고유한 책 제목을 바꿔서 싣는 현실이니 말이다. 이런 하나하나가 부럽다(한편으로는 그 또한 우리의 문화이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혼란스럽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에 있는 괜찮은 도서관들을 이렇게 책으로 꾸며놓으면 또 그럴듯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공도서관 시설을 보며 외관도 멋지지만 내실있게 꾸려가며 역사와 전통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의 공공도서관 역사가 짧기도 하거니와 인식이 변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차차 나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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