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 시가 되라 - 달털주 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詩 수업 이야기
주상태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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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도서실에 왔을 때  반만 살아있는 난이 있었다. 화초를 잘 키우고 싶으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관계로 그저 가끔 잊지 않고 물만 주고 있다. 물은 한 달에 한 번 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것 같(산세베리아는 그렇던데 난초도 그런지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으나 문제는 너무 오랜만에 물을 주기 때문에 언제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되도록 월초나 월말을 정해 놓고 준다. 그나마도 방학 때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는 바람에 그 리듬이 깨져서 언제 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 새로 올라오는 싹 중에 꽃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해서 며칠을 기다리며 관찰해 보니 정말 꽃대가 맞다. 설렘을 안고 꽃이 피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 것이 벌써 열흘이 되어 간다. 꽃은, 아직 안 피었다. 식물은 꽃 하나를 피우기 위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준비하는구나. 난꽃을 기다리며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옴과 동시에 그 시의 의미가 가슴으로 느껴졌다. 내가 시에 대해 온몸으로 체험한 경우가 딱 두 번인데 하나는 위의 경우와 야생화에 재미 붙여서 한창 땅바닥만 쳐다 보고 다니던 시절 아주 작은 꽃(물론 전에는 그런 꽃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이 예쁘게 다가오는 걸 보고 김춘수의 <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절로 느껴졌을 때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문득 시의 의미가 느껴지는 경험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제야 알았다. 시가 무엇인지, 시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또 하나, 나도 시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사는 건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내가 시를 좋아한다거나 즐겨 읽느냐면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시집은 누군가가 선물해 주거나 어쩔 수 없이 읽은 것이 전부다. 아주 극히 적은 시를 읽었는데도 어느 순간 시가 떠올랐으니 만약 내가 시를 많이 읽으면 삶 속에서 시가 연상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시를 좋아하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시는 다가가기 힘든 분야다. 그래서 중학생 아이들이 시를 썼다고 했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그럴 듯하게 씌여진 시를 보며 부럽기도 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인가 싶기도 하지만 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아니, 오히려 정규 교육에서는 소외된 아이들이 시로 위안을 받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식으로 받는 시 수업이 있다면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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