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2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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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아렷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첫사랑이란 준비도 되지 않고 철 없을 때 다가오기 때문에 어설프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일 게다. 첫사랑이 이루어진 사람들은 괜히 아쉬워하는 걸 보는데,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사랑을 했다거나 아니면 서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을 제외하면 대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랑을, 아니 사랑인 것 같은 감정을 느꼈기에 지속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첫사랑이란 단어는 설레게 한다. 그래서 똑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권 있는 것 아닐까. 뭐,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사랑'이라는 단어도 그냥 하나의 단어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나이에 첫사랑 이야기를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설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단어다. 여기서 내 추억을 주절주절 풀어놓을 필요는 없는 것 같으니 책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흔히 유독 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가능성이 확신이 되게 하는데 줄리아나도 한몫한다. 다만 줄리아나는 브라이스를 괴롭힌다기보다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티를 내서 브라이스를 귀찮게 하는 점이 다르다. 브라이스에게 한눈에 반해서 체면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따라다니는 줄리와, 잘생겼지만 소심한 브라이스가 줄리를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니 읽는 사람은 그저 즐겁다.

 

  마냥 천방지축에 독특한 성격인 줄 알았던 줄리가 의외로 속이 깊고 순수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안 브라이스는 어느 순간 줄리가 달리 보인다. 그러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계속 오해가 생겨서 어긋나기만 한다. 특히 달걀 사건은 읽는 사람도 안타까울 정도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오해가 잘 풀렸고 더불어 소심한 브라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서 사랑을 얻는 모습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넘어 뿌듯하기까지 하다.

 

  사실 줄리의 마음은 처음부터 한결같았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줄리를 그토록 싫어했던 브라이스가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대신 심리 묘사가 많아서 오히려 독자는 브라이스의 변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니까 갑자기 맞는 설렘은 없다. 둘의 신경전도 그렇지만 두 가족의 위선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줄리가 주관이 확실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이유나 브라이스가 소심하고 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은 나이 먹는 것이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연륜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줄거리를 엮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배우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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