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4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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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다 컸는데도 여전히 그림책을 자주 보고 여전히 그림책을 모으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림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라고. 모든 그림책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가치 있어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그래서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비록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보이긴 하지만-그림책을 추천하곤 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글과 그림이 독립적이지만 서로 이질적이지 않아야 된다느니,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등 다양한 정의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예술성-너무 모호한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예술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뭔가 예술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성이 아닐까-을 가미하고 독특한 방식에, 그들만의 문화가 드러나는 책이라면 좋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처럼.

 

  평가단에게조차 전부 주지 못할 정도로 귀한 책이라기에 도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택배 포장지를 풀고 책을 보는 순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뒷면의 가격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팝업북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고가의 그림책을 본 적이 있던가? 없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벗겨진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이렇게 비싸고 고급스러운 책을, 게다가 일련번호가 씌어 있는(이 얘기는 똑같은 번호가 없는, 고유한 번호라는 얘기다.) 책을 받았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판화는 원본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일련번호를 매김으로써 진본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고 예전에 앤디 워홀 전 설명 때 들은 기억이 난다. 대신 일련번호의 숫자가 작을수록 가치가 높다고 했던가. 뭐, 내게 이 책은 그림책매니아로서 소장하는 책이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니 숫자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보다는 이 책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하나하나 인쇄하고 손으로 제본했다고 하니 그 자체로 의미있어 보인다. 요즘같은 시대에 직접 인쇄하고 제본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들이 유독 인도 여행을 다녀오면 잊지 못하는 경향이 있던데 아직 인도를 가지 못한 나로서는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지 잘 모르겠으나 뭔가 인간내면의 어떤 것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어쩌면 이 책이 그러한 인도의 작가들이 그렸기 때문에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무와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곤드족의 미술과 민담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민담을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그냥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생각나면 민담을 알아보거나 나무를 찾아볼 수도 있겠지. 여하튼 이 책은 그림책은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을 굳히는 작품이자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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