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2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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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직하게 주인의 말을 잘 듣는 커다란 개가 우유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책으로 접하기 전에 만화로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많이 알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얼핏 봤던 기억은 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 기억은 없다. 게다가 EBS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대개-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어느날 갑자기 중단되었다가 또 어느날 갑자기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곤 해서 동일한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가 하면 때로는 마지막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 기억으로는 <플랜더스의 개>도 동일한 부분을 몇 번 보았고 마지막은 넬로와 파트라슈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딱 한 번 보았나 보다.

 

  웬만한 아이들은 한때 개를 기르고 싶어한다. 파트라슈처럼 말도 잘 듣고 멋지다면 당연히 키우고 싶어할 것이다. 하긴 그런 개라면 어른인 나도 키우고 싶을 정도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러나 파트라슈가 처한 상황이나 넬로네 환경을 보면 그처럼 낭만적인 생각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일을 죽어라 하지만 제대로 된 밥 한끼 얻어먹지 못하고 매맞다가 그렇게 죽는 것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플랜더스 지방의 개라면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넬로네 형편은 또 어떤가. 간신히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 사는 할아버지와 손자, 그마저도 할아버지는 노쇠해서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동네 사람들의 동정과 친절 덕분에 그나마 입에 풀칠하고 사는 게 넬로의 상황이다. 그나마 파트라슈가 있어서 할아버지와 넬로를 도와준다.

 

  만약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넬로는 비참한 죽음을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로아의 아버지가 못된 소문만 퍼트리지 않았다면 근근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넬로가 원하는 그림을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넬로에게는 그 두 가지 일이 모두 일어났다. 한편으로 넬로에게 가혹하기만 한 작가가 야속할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아주 가끔 우연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어쩌면 작가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 게다가 시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보통 사람은 더 힘겹다는 사실. 시대가 변했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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