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유럽사 - 유럽을 만든 200년의 이야기
데이비드 메이슨 지음, 김승완 옮김 / 사월의책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살다 보면 조금만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이 불과 6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 전에는 나라가 계속 생기고 사라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 국사라는 과목에서 배웠고 여기저기서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정작 다른 나라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나라로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모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전의 모습에는 관심갖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당연히 그러한 과정을 거쳤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더해 유일한 육로라고 할 수 있는 방향에 외교가 단절된 나라가 자리잡고 있기에 땅을 밟고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쉽게 국경을 넘는 사례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의 방증이 아닐런지.

 

  유럽, 언젠가는 꼭 여행하고 싶은 곳 1순위.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화려한 문화와 역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문화가 서구인(서양, 동양이라는 말조차도 그들의 시각으로 붙여진 말이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음악이나 미술, 철학 등 대개의 분야에서 서양의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동양의 철학과 문화도 제대로 연구하면 서양 못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일종의 반감이 들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대로 아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을.

 

  유럽의 역사는 세계사 시간에 잠깐 배운 것이 전부이고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간혹 유럽의 책들을 보면 복잡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헷갈려서 알아두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고대 역사나 신화에서 잠깐씩 얻어 들은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유럽의 역사에는 문외한이었다가 현대사를 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지금까지 유럽에 대한 내 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지식의 폭을 이제 조금 넓히게 되었다. 200년을 개략적으로 훑었기 때문에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상당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조금 유럽의 상호관계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말로는 처음 읽는 유럽사라고 하지만 사실 유럽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면 무지하게 헷갈리겠다.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이 각 대륙별로 나라와 수도를 외우도록 시켰다. 아주 지독하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1990년을 지나면서 그 전에는 없었던 나라들이 갑자기 많이 생기고 있던 나라도 쪼개져서 그쪽은 지금도 헷갈린다. 그곳이 바로 동유럽이다. 동독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새로운 나라들이 독립하며 생긴 나라들. 1989년과 1991년까지의 유럽의 변혁을 굉장히 의미있어 하면서도 정작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냥 새로운 나라들이 생겼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 보인다. 여전히 그곳과 아무 관계도 없지만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만약 지금 그곳에서 인종 문제가 발생하거나 내부의 권력구도가 바뀐다면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독일은 동독과 서독이 나뉘기 한참 전부터 그냥 독일이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찌는 듯한 여름, 무기력하게 보낼 뻔한 날들이 이 책으로 인해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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