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덩 덩 둥덩 가야금 소리 들어 볼래? - 가야금 명인 황병기 우리 인물 이야기 28
송재찬 지음, 이윤희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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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 좋아하는 것이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것이 변하는 게 아니라 예전에 경험했던 것을 다시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로의 회귀라고나 할까. 어렸을 때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설명하자면 국악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저절로 국악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내 경험해 비춰봐도 학창시절에 들었던 가요나 팝송을 지금 들으면 아련한 향수까지 합쳐져서 더 감미롭게 들리지만 판소리를 지금 듣는다고 해서 무척 좋다거나 하진 않는다. 물론 요즘에는 국악도 현대에 맞춰서 만들기 때문에 예전의 그런 것과는 다르지만 일부러 찾아 듣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 국악을 제대로 접해주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솔직히 말해서 해금 연주곡은 간혹 들었지만 가야금 연주는, 우연히 들은 적은 있어도 적극적으로 찾아 듣지는 않았다. 주변에 가야금이 좋아서 배우는 어른도 있고 가야금을 매일 연주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지인의 딸도 있다지만 여전히 내게는 먼 이야기다. 마음으로는 우리 악기니까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지만 그 주체가 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가야금이 어떤 악기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헌데 이 책을 읽어보니 가야금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병기라는 인물이 얼마나 귀중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 그것을 체계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애쓰고 무엇보다 악보로 옮겨 적어서 다른 사람들도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니 그 분야에서는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악보가 없이 스승으로부터 연주를 듣고 외워서 배울 수밖에 없었단다. 게다가 정악과 산조가 엄격히 구분되어 정악하는 사람들은 산조하는 사람들을 경시하기까지 했단다. 황병기가 처음으로 정악과 산조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하니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음악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나마 '황병기'라는 사람이 있어 세계적으로 가야금을 알릴 수 있고, 그보다 더 가치있는 일은 가야금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는데 정말 다행이다. 황병기라는 이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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