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선생 죽이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0
로이스 던칸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간혹 책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리뷰를 쓰기가 겁나는 경우가 있다.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책, 그런 책을 만나면 리뷰를 최대한 미루다 다른 책으로 감정이 조금 상쇄된 뒤에 쓰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이야기하는 책은 먹먹함 때문에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쓰는데 이 책은 피하고 싶기만 하다. 물론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읽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건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 때문이지 내용을 마음에 두고 싶어서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 입장에서 묘사하는 그리핀 선생님은 정말이지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인간적인 교류는 전혀 관심조차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나라도 정이 안 가겠다. 한 마디로 아이들이 시각에서 본 그리핀 선생님은 진정한 선생님으로서의 자격미달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비호감 선생님이다. 그러나 그리핀의 일상을 보여주는 부분을 읽으면 그리핀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괜찮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지나치게 사건을 과장하고 비약한 면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거북했다. 어떻게 아이들이 선생님을 죽일 생각을 할 수 있느냐 말이다. 장난처럼 납치를 하고 겁만 주려 했을 뿐 진짜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마크나 벳시, 제프, 데이비드의 행동을 보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아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악마를 보았'다고나 할까. 문제는 그러한 면은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이성으로 누르고 끄집어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일 뿐 아닐까.

 

  통상적으로 이처럼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은 가정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잔이나 데이비드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구들에게 인기는 별로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재능도 있는 수잔이나, 훤칠하고 모범적이며 집에서는 다정다감한 아들이자 손자인 데이비드에게서 문제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잘못된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들의 잘못이라면 마크를 만났고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중간중간 잘못을 뉘우치거나 되돌리고 싶어하는 반면 마크는 끝까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를 하려고 한다. 그것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란다. 게다가 하나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에 경악한 수잔의 용기로 그나마 더 이상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수잔이나 데이비드 같은 아이가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상황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설정이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나서 안타까웠던 이유 중 하나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에게 남겨진 상처가 너무 엄청나서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적어도 현실에서는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 위안해 본다. 자살을 다루는 책은 봤어도 진짜 살인을 다루는 책이라니…….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해도 실은 충격적이었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과연 청소년 독자의 반응은 어떨까. 딸이 이젠 소설보다는 고전을 읽겠다고 하니 이야기 나눌 상대가 사라져서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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