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어린이 1~9 세트 - 전9권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양진희 외 옮김, 카트린느 뫼리쓰 외 그림 / 상수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어서 아이에 대한 기대도 처음에는 건강하기만 될 것 같다가도 막상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공부를 잘 하길 바란다. 요즘처럼 학교 폭력문제가 대두될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초첨을 맞추지만 마찬가지로 친구랑 잘 지내면 이왕이면 공부도 좀 잘 하길 기대한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나도 이 나라의 평범한 부모로서 그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잘 알 수밖에 없다. 또한 누구나 말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는 인성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에 동의하던데, 왜 그처럼 이기적인 아이들이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원인은 또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기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철학적인 질문들을 간과했기 때문이지 싶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텐데 그러질 않는다. 하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이지기 어려운 주제이긴 하다. 큰아이도 집에서 보기에 상당히 이기적이고 얄미운 것 같아 걱정돼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자신의 문제점도 알고 있고 어느 것이 옳은지도 알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다 해도 그다지 문제 될 건 없다. 행복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그냥 주어진 대로 행동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면 될 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의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합의한 법이나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현명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은 던져야 한다. 우리의 교육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상당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도 그와 관련된 책을 권해주고 싶어 찾아보니 의외로 철학적 문제를 다룬 책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와 관련된 책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러니까 나도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제대로 갖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러한 책들이 아이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별로 재미도 없다는 것이다. 뭐, 철학적 물음에 재미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일단 재미있어야 책을 집어드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재미있을까. 만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씩 자아를 생각하고 주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에게 가르치듯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상반되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또한 기존의 방식대로 순응하며 사는 게 아니라 매 주제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길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것도 마음에 들고. 동화 형식으로 되면 읽기는 쉽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이 시리즈는 읽기는 조금 힘들어도 생각하기에는 좋게 되어 있다. 이런 책은 혼자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여럿이 읽고 토론하기에 적합하겠다. 다만 이런 책의 가장 취약점인 '과연 아이들이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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