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이란 무엇일까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8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박광신 옮김, 클레망 드보 그림 / 상수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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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은 철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고민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성선설을 주장한 철학자가 있는가 하면 성악설을 주장한 학자도 있었다. 도대체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인류는 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일까.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고 말하기에는-비록 그것이 사실일지라도-무책임해 보인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해 보인다. 그러다 차츰 자아가 생기고 타인과 교류가 생기면서부터 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특히 어른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나쁜 일을 사주받았을 때는 그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토론도 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물건을 훔칠 때 그것을 도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도 보통의 경우는 돕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아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데, 그렇다고 그걸 다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만약 평소에 그런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운다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고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런 책이 필요하리라 본다.

 

  여러 질문을 하면서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이야기를 하다가 정리를 하는 방식인데 그 중에서도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무지 마음에 든다. 이를 테면,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법이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고(이 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세상에는 정당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보기 위해서(어린이 책에서 이처럼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던가 법이 항상 완벽한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에서는 이거 어린이 책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개 어린이 책에서는 법은 모두의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 한다던가 바꾸려면 (어른들이)서로 협의해서 바꿔야 한다는 등 어린이를 주체로 보지 않는데 여기서는 어린이를 주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너희들이 이런 걸 알아야 나중에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 이 시리즈의 책을 하나씩 읽고 있는 중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부분에서 눈길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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