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간 여우 사파리 그림책
로렌츠 파울리 글, 카트린 쉐러 그림, 노은정 옮김 / 사파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인지 어린이 책 중에는 '책'이나 '도서관'을 소재로 한 게 꽤 된다.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우연한 계기-물론 작가가 정교하게 짜 놓은 그물이 거기 있지만-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은가 하면 천적 관계였던 두 종류의 동물이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도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둘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일단 제목에서 보듯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여우, 그래서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우를 나쁘게 생각하고 기피하게 되는 그런 여우가 도서관에 갔다니 일단 처음엔 책을 싫어하지만 나중에는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사자가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이야기(<도서관에 간 사자>)가 언뜻 스쳐가지만 거기서 사자는 그저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뿐이지 책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런가 하면 <난 무서운 늑대라구!>에서는 도서관은 아니지만 잡아먹으러 간 농장에서 동물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피나는 노력 끝에 늑대가 책을 잘 읽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책의 여우는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짐작 가능했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의외였다. 뭐,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생쥐를 잡아먹으려고 쫓아갔다가 도서간에 들어간 여우.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생쥐의 말을 잘 듣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로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만 신경쓰는 무식한 여우는 아닌가 보다. 생쥐가 던져준 책을 보다가 닭이 나오자 생쥐보다 더 큰 닭을 잡아먹으려고 뛰쳐 나간다. 아마 생쥐는 일부러 그런 책을 여우에게 줬던 게 틀림없다. 이전에는 도서관이란 종이책을 보는 곳이라고 나왔지만 여기서는 시디가 있어서 들을 수도 있다는 걸 보니 시대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걸 보며 시대적 변천사까지 눈치챌 수 있다. 여우가 무조건 뛰쳐나가는 걸 보며 책을 본 뒤에는 제자리에 꽂아야 한다느니, 시디를 빌려가면 책과 함께 반납해야 한다느니 하며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것들도 알려준다.

 

  닭장에 가서 닭을 잡아 물고 와 책을 보는 여우 그림은 정말 재미있다. 닭을 물고 책을 보는 이유는 또 어떻고. 닭뼈가 목에 걸리면 큰일 난다고 협박하자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왔다나. 즉, 책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둘이 잠든 모습을 보면 둘의 관계가 과연 먹고 먹히는 관계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편안하고 정답다. 역시나 여우와 닭은 서로 공생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어떻게 공생하느냐고? 닭은 글을 못 읽는 여우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그러다 언젠가는 여우도 글을 배우겠지.), 여우는 닭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주고 지켜주는 것이다. 천적 관계를 친구로 만들어주고 못된 여우를 착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기능을 하는 곳, 그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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