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kg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비르기트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딸이 이 책을 보더니 얼른 집어든다. 딸의 목표도 45kg이니까. 그러면서 그 몸무게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란다. 그랬나? 하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목표치가 45kg이라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 걸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마른 사람들은 차라리 뚱뚱한 게 낫다고, 마른 건 저주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모두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 대한 동경이 있는 듯하다. 사실 나도 살이 많이 빠진 적이 있는데(결코 다이어트를 했던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갈만큼 나간다.) 몸무게가 지나치게 적게 나가면 쉽게 지치고 피로해진다는 걸 알기에 무리하게 살 빼는 일이 그닥 바람직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우리 집에도 둘이나 있다. 남편과 딸-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지만 말이다. 넬레도 끊임없이 몸무게에 신경쓰며 음식을 조절한다. 기름진 음식은 먹지 않고 야채와 과일을 주로 먹으며 따라서 패스트푸드도 먹지 않는 바람직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이야기가 줄곧 넬레의 목소리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는 넬레가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이라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중에 기름기가 흐르는 음식을 안 먹는다거나 드레싱이 듬뿍 뿌려진 샐러드를 안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것에 비추어 보면 넬레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몸무게에 집착하고 음식을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다시 토하는 걸로 미루어 보통 사람들의 다이어트와는 조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거식증. 간혹 유명한 배우가 거식증에 걸려서 뼈만 남은 모습으로 다이어트의 부작용에 대해 말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거식증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이번 기회에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 상태나 증상 등을 간접체험하기를 기대했다. 원래 소설의 기능 중 하나가 간접체험이니까. 그러나 이야기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약간 다르게 전개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넬레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것들 위주로 전개되다 보니 거식증의 증상인지 아니면 그냥 과하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증상인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넬레를 객관적으로 관찰한 '사실'을 꼬집어 주었으면 좋으련만. 뭐, 라르스가 그 역할을 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솔직히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궁금했었는데 그에 대한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거식증이란 원래 음식을 먹고 싶어도 몸에서 거부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 것인지 궁금했단 얘기다. 넬레가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면 먹고 싶지만 참는 것으로 여겨지니까. 여전히 나는 그 맛있는 음식을 두고 왜 안먹는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니 그 상황이 머리로는 이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줄어들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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