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일하게 된 학교가 시골이다. 그렇다고 논과 밭이 많은 시골이 아니라 도시에서 벗어난 변두리를 의미하는 시골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교도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지만 이 학교는 거기보다 학생 수가 적고 분교도 있다. 분교도 두 학년을 한 선생님이 맡는다던데 교사가 아닌 나로서는 도대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여하튼 최고 많은 반의 학생 수가 25명이고 대개는 15명 내외인 학교, 분교가 있으며 부모의 욕심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부에 찌들지는 않지만 그만큼 방치될 가능성도 높은 곳이 바로 여기다. 그러니까 탁동철 선생님이 다니는, 혹은 다녔던 학교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다만 탁샘은 그 아이들을 마냥 예쁘게 봐주는 천생 선생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에 안타까운 아이들도 있고 한심한 아이들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고나 할까.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한부모 가정이 많고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별개로(아니 어쩌면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가정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게 더 안타깝다. 아버지가 아프거나 술 때문에 늦잠 자는 날이면 자동적으로 지각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이가 아침을 먹고 가는지 제 시간에 가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아이 혼자 일어나서 시간 되는대로 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다. 뭐 나도 내 아이의 학교 행사나 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기 때문에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는지 숙제는 해 가는지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관심은 있다. 그러나 이곳은 관심 갖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내가 이곳에서 본 아이들을 기준으로 보자면 탁샘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곳 아이들을 약간은 걱정스럽고 약간은 한심하게 바라보게 된다. 4학년인데도 아직 구구단을 잘 못 외우고 5,6학년인데도 기본적인 영어 단어조차 모르니 어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대신 나는 그 아이들의 단편적인 모습-도서관에 올 때만 보니까-만 보기 때문에 평소 친구들과 놀거나 공부하는 모습은 모르니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비록 영어 단어를 잘 몰라도 다른 친구를 배려하거나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다면 탁샘처럼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엄마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지 무조건 허락한다며,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걱정스러운 건 여전하다. 분명 그 아이는 엄마가 자기에게 관심 갖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니까. 오히려 엄마한테 혼나고 오면 아이들에게 자랑할 것 같았으니까.

 

  탁샘의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내가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모든 일을 아이들 입장에서 보려고 애쓰고, 보통의 선생님들이 갖는 사고방식과는 달라서 그 점은 좋았지만 소소한 일상까지 알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다. 그냥 이곳 아이들은 순박하구나 내지는 이곳도 역시 요즘 아이들이 살고 있는 똑같은 곳이구나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매일 돈을 가지고 와서 학교 끝나면 군것질을 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나 비슷함을 느꼈다. 우리 아이 친구들도 그런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니까. 그러나 탁샘에 대한 생각이 바뀐 순간은 마지막의 '곁에서 본 탁동철'이었다.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그의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했구나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며 고뇌가 들어있는 글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렇게 글로, 책으로 내지 않더라도 이런 선생님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 텐데. 아직은 많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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