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 - 미국 정신의 르네상스를 이끈 우정
하몬 스미스 지음, 서보명 옮김 / 이레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이든 순수문학이든 여하튼 문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기에 어떻게 소로우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찌어찌해서 소로우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후 그냥 마음에 들었더랬다. 나도 한때는 자연속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고 도시의 번잡한 생활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기에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았다는 사실 자체에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월든>을 읽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를 뒤흔든 시민불복종>을 읽었다. 둘을 읽게 된 계기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고 그저 <월든>을 읽으며 역시 나는 문학적,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기억만 난다. 그의 방대하고 깊이 있는 학식에 그저 놀라웠고 기가 죽었다. 한참 후에 우연히 <세계를 뒤흔든 시민불복종>을 읽으며 소로우에 대해, 그리고 그의 사상이 미친 여파가 어땠는지 조금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다시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소로우를 언급하면 자연적으로 랠프 왈도 에머슨이 따라오니 그의 책을 읽어 보려고 검색하던 차에 발견한 것이다. 원래 선물 받고 읽지 않았던 에머슨 수상록이 있었는데 동생이 그 책을 보더니 얼른 달라기에-동생도 소로우와 에머슨을 좋아한다-줘 버려서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던 차다. 아직 에머슨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문학 세계나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단 자연인 에머슨을 알기에 적합한 책인 듯하다. 물론 소로우를 알기에도 적합하고.

 

  어떤 철학적(여기서 말하는 철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고를 하고 그것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어떠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 입장에서는 완성돼서 나온 것만 읽거나 배우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우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에머슨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서 토론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며 결과가 결코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이론이나 사상이 혼자만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수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더 깊이 발전시키며 사유하는 과정이 무한반복된 결과물이 아닐런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에머슨이 월듯 호숫가의 땅을 소유하지 못했더라면, 그곳에 오두막을 짓도록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소로우의 <월든>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소로우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소로우의 능력이 뛰어났으니 주위에서 그처럼 도움을 준 것이라 생각했다. 즉 소로우가 있기 위해 에머슨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겼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그와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에머슨이 없었다면, 에머슨이 소로우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소로우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에머슨이 소로우에게 그토록 많은 도움을 주고 성공하게 해주려 노력했는데 소로우가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전에 어느 그림책-<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에서 브론슨 올콧이 소로우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그의 딸인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냥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끔 얼굴을 보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긴밀한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에머슨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젊은이를 발굴해서 작가로 성공하도록 격려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하지만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관심을 거두지만 소로우가 침체기를 겪을 때도 계속 후원한 것을 보면 소로우에게는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사실 우정이 지속되다가 서로 다른 길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읽었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소로우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지속되었다. 중간에 잠시 서로의 생각이 달라 다른 길을 가긴 했지만 그건 어차피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생각이 동일할 수는 없으므로 당연할 수밖에 없다. 왜 같은 길을 가던 스승과 제자가 나중에는 결별하고 서로의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던가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 게다. 소로우와 에머슨의 작품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다루면서 자연인으로서 조명하는 이 책 덕분에 소로우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경외감을 갖고 읽었던 <월든>의 소로우가 아니라 단점도 있고 유약한 면도 있으며 인간적인 소로우를 만났다. 이제 에머슨이 궁금해졌다. 그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월든>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처음 읽을 때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서 흥미를 떨어트렸는데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흥미를 돋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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