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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평점 :
한때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종부세 대상자도 아니니 종부세를 폐지하든 안하든 변하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또 다주택 소유자의 양도세 폐지에 대해서도 당장 나와 관련없고, 오히려 혹시 나중에라도 이득이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아예 모르는 척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종부세 폐지로 인해 지방교부금이 줄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지역사회의 복지사업 축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던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붓는 어마어마한 예산과 위에서 이야기한 세금 감소로 인해 많은 사업이 축소되었는데 교육 예산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무상급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무상급식이 갑자기 시행되는 바람에 예산이 변경된 건 사실이겠지만 전적으로 그것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야말로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방향으로만 본다고나 할까. 이렇게 결국 귀 닫고 눈 감고 살려고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언제나 그렇듯이.
악몽과도 같았던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끝났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일 년이 남았고 다음에 어찌될지 모르니 더 얼마를 참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 이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을 강조했던 것이다. 현 대통령은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험한 지 알았기에 전 대통령의 자취를 지우려고 그토록 기를 썼던 것이고.
한겨레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책을 내가 골라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 내 생각과 같은지 모르겠다. 법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우리의 법과 다른 나라의 법을 이야기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애초부터 저자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쓴 글이었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같은 시기에 <닥치고 정치>를 함께 읽었는데 그 책은 상당히 직설적이고 거칠게 이야기해서 마음이 후련하긴 하지만 신뢰성 면에서는 이 책이 훨씬 낫다. 감성적이면서도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냉철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흔히들 언젠가는 선이 이긴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으려 애쓴다. 설마 BBK가, 용산참사가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당장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고 밝혀낼 수 없다 하더라도 먼 훗날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그것이 바로 정의고 선이 아닐런지. 그러나 제목에서 시사하듯 워낙 상식이 안 통하고 정의가 안 먹히는 사회에서 4년을 지내다 보니 언제나 선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으로서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