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 삼층장 이야기 전통공예그림책 나비장석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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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화각장을 본 적이 있던가. 자개장은 어렸을 때 집에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만 화각장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전시회 같은 곳에서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는지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란한 장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자개장이나 화각장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전통이 무엇인지 '느끼'면서(알았다기 보다 느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화각장이란 단지 화려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고와 기술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소뿔을 얇게 켜서 만든다는 화각장. 게다가 소뿔은 적어도 2년 이상 말려야 모양이 틀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어디 그 뿐인가. 목재도 오랫동안 묵혀 두어야 역시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는단다. 물론 주문자가 주문하는 순간부터 재료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미리 재료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된 재료로 만든다고 하지만 전 과정을 거치려면 적어도 일 년은 걸린다고 한다.

 

  화각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소뿔을 다루는 각질장, 그림을 그리는 화원, 옻칠을 하는 칠장,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이 필요하단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이렇게 다시 읊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더 눈에 익혀서 기억해 두고 싶어서다. 요즘에는 소목장과 두석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 사람이 한단다. 아마 작가도 그 과정을 혼자 해냈을 것이다.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게다가 5년 동안 화각공예를 배웠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자세하고 세밀하게 과정을 알려줄 수가 없다.

 

  때로는 감성을 뒤흔드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지만 때로는 이처럼 몰랐던 분야의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화각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서 뒤집어 붙이는 작업이라, 그랬을 때 투명한 그림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보다 각질장의 일이, 고달프겠지만 고귀해 보인다. 문득 그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화각지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완성된 화각지를 붙이는 장면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처럼 작은 조각에 어쩜 그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작은 화각을 만드는 것도, 그렇게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도 신비롭지만. 오랜만에 우리 전통의 한 분야에 홀딱 빠져서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멋지다, 화각장, 그리고 이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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