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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너의 존재감 ㅣ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평점 :
사회가 전반적으로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어디 청소년만 힘들겠냐만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나 여러 상황으로 보건대 청소년기가 무한경쟁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나 싶다. 특히 근래 들어 일어난 사건들은 그 또래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에 부각되어 나타난 것일 뿐 그런 일이 계속 있어왔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
아이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년이 올라갈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친구 문제다. 둘째도 이번에 중학교에 가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워낙 순해 보여서 다른 아이들의 타겟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큰아이 때도 똑같은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 항상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통과하기 직전이나 통과하고 있을 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라는 법은 없기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세 명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 순정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으로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순정이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뒤에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 전혀 아니다. 사람은 이처럼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친구들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고 학교도 야자도 마음 내키는대로 하기에 다른 친구들이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본인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 안해도 모두 두려워하는 순정이를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경외감을 느끼면서. 순정이 자신은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고 그러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다른 친구들은 강한 존재감을 느끼다니. 대신 여기저기 끼어들어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아지가 사실은 남에게 잊혀질까 두려워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똑똑한 학생들은 모두 피하는 고등학교에서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학생이라고 자책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러나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럼 잘난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암튼 그래도 이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마음을 치유할 기회를 가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래도 쿨샘은 상담에 대해 알고 또한 그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틀림없다. 누가 따스한 말이 필요한지, 누가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이런 선생님들이 많다면 아마 우리네 청소년들도 많이 달라질 텐데.
아무리 강한 척하고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해도 청소년은 아직 도움이 필요하고 따스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원래 당연한 것을 이렇게 깨달아야 하다니. 사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걸 자꾸 깜빡해서 그렇지. 쿨샘 덕분에 세 아이와 반 아이들이 차츰 변하는 모습을 보니 책을 덮는데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비록 그들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적어도 마음은 달라졌으니까. 어찌보면 그들의 힘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단, 자존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