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이 사라진 날 평화그림책 4
야오홍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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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 번 읽으면 웬만큼은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림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그러면서 아, 이런 느낌의 책이구나를 마음속에 새기곤 한다. 그런데 내 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교에서 이 책의 원화 전시회를 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서 보내온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도와줘서 이젤 스무 개를 쉽게 설치했다. 그러자 이제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해달란다. 뭐, 읽었던 책이니까 그거야 쉽지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다.

 

  그러니까 중국의 어느 강에서 경극 배우가 매일 연습하는 장면을 소년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보다가 어느 날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전쟁이 나서 떠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강가에서 기다렸지만 그 배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배우가 경극에 초대해서 소년은 구경을 갔다 온 후 그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이라며 설명을 해주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날 각 액자 아래에 글을 일일이 써서 붙여 놓았다. 그랬더니 한 선생님이 "글을 함께 읽으니 그림만 볼 때보다 내용이 확 와닿네요." 한다. 한 번 읽었는데 어쩜 그렇게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그래서 자세히 다시 보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액자에 붙이는 글을 쓰느라 다시 한번 읽었으나 누군가에게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자신이 없다.

 

  여하튼 경극 배우가 소년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배우가 준 초대권으로 처음 경극을 본 감동을 들려준다. 그러다 전쟁이 일어나 그 배우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그 사이에 경극의 화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이야기를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경극 배우와 전쟁의 연관성이 약한데 마치 제목부터 전쟁 때문에 경극 배우가 어찌 되었다거나 경극이 아예 공연되지 못했던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둘의 관계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데 제목에서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혼란스러워서 정리가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경극 배우가 전쟁의 홍보 수단으로 경극을 이용하려는 것에 찬성하지 않고 아예 떠나버렸으니까. 그러나 이 부분은 나중에서야 기억에 자리잡았기에 그런 오해를 했다.

 

  이 책은 한중일이 공동 기획한 평화그림책의 하나다. 중국과 우리는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다. 일본은 우리를 식민지화 했고 중국은 일부 땅이긴 하지만 침략을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중국 이야기가 쉽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일본 작가의 그림책은 어떨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며 평화를 이야기할까 자못 궁금하다. 아니, 그들은 2차 세계대전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까 궁금하다. 우리 작가와 중국 작가가 쓴 평화그림책이 나왔으니 이제는 일본 작가의 책이 나올 차례가 아닐런지.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로 물꼬를 틀지 기대된다. 2차 세계대전으로 자신들이 핵폭발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만은 아니길 빈다. 피해를 입긴 했어도 적어도 그게 먼저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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