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될래요 신나는 책읽기 32
신연호 지음, 허구 그림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다닐 때 과연 내가 착할까, 더 나아가 착한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 일도 도왔으며 공부도 꽤나 잘 했지만 스스로 착하다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았던 듯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을 돌아볼 철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 신기한 것은 어린 시절 기억이 그닥 많이 나지 않는데 유독 이것이 생각난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그때 결론을 어떻게 내렸는지 모르지만 그 후에는 거기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에게도 굳이 '착하'다는 말에 신경쓰지 않고 키웠다. 간혹 착한, 다른 집 아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해서 내 속을 뒤집을 때는 진작 말 잘 듣게 만들 걸하는 생각이 들지만 잠시 뿐이다.

 

  시현이는 남을 위해서 착한 행동을 하려고 애쓴다. 이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어린 것이 꽤나 피곤했겠다. 천성이 착한 사람도 있지만 남을 의식해서 자신을 억누르며 착하게 행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긴 언젠가부터 '착한 아이 컴플렉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부작용에 관심을 갖고 부모들도 자녀를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 하지만 솔직히 아이가 착하면 부모는 편하다. 하지만 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지낸 아이는 언젠가(어른이 되어서라도) 그것이 밖으로 표출된다고 하니 키울 때 조금 힘들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낫다. 그러기에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던 시현이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엄마가 혼내기는 커녕 많이 컸다고 대견해하는 것일 게다.

 

  그나마 시현이는 아홉꼬리 여우인 금미달에게 도움을 받아 자존감을 찾았지만 실제로 금미달을 만나지 못했거나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걱정이다. 부모가 그러한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한다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모란 원래 자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드니까. 살면서 어른이든 아이든 자존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래서 전에 중학교로 집단상담 봉사를 나갈 때 틈만 나면 자존감에 대해서 역설하곤 했다. 이것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다. 남이 보기엔 못났더라도 스스로를 존중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아무래도 경쟁 사회에서 살다 보니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원래 자존감이란 것이 항상 높은 게 아니라 높을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하튼 현실에서 금미달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가 이 책의 금미달의 도움을 받아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자존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