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스티커를 참 좋아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데도 아이들은, 속된 말로 목숨 건다. 헌데 그러한 스티커를 방귀 뀌는 아이에게 주겠다? 기발한 발상이다. 사실 방귀나 트림은 자연스런 생리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마음놓고 내보이기에는 부적합해 보인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방귀를 트는데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하물며 교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구네 반은 몇 명이 아니라 전부 방귀를 텄으니 전보다 무지 친해졌겠다. 특별히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이 있단다. 아마 민구도 그런 유형이 아닌가 싶다. 집에서야 괜찮지만 교실에서는 얼마나 곤란했을까. 오죽했으면 남들이 모르게 뀌는 방법-책상 탁 치고 재채기 하면서 방귀 뀌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가기, 아침밥 안 먹기 등-을 고안해 냈을까. 전에 둘째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공부를 하는데 누군가가 방귀를 뀌어서 냄새가 났지만 장본인이 무안해할까봐 모두 참고 있던 기억이 난다. 한 번 정도야 그렇게 봐줄 수 있고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민구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나오려고 한다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민구의 고통을 알게 된 선생님 처방이 기막히다. 전에는 괴물처럼 보였던 선생님이 이제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였을 것이다. 뭐, 어찌보면 선생님도 함께 동참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긴 하지만. 그리고 민구에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얌전한 혜린이도 방귀를 많이 뀐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민구를 궁지에 몰아넣은 장본인이 혜린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때는 이미 방귀 덕분에 혜린이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좋아진 다음이다. 어느 교실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다. 게다가 방귀 스티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서 모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덩달아 건강까지 염려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선생님, 아니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