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만 백만 번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 작은도서관 36
김리하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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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일보다 더 소중하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일도 물론 소중하고 기다려지지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맛깔나는 어떤 느낌을 받기는 아직 어렵지만 새로운 작가에게서 뛰어난 작품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성급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이처럼 새로운 작가상을 탄 작가의 작품, 혹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동화가 들어 있다.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자전거를 삼킨 엄마>와 남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피해자가 될 경우에는 과하게 반응하는 아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찍히면 안 돼!>, 친구란 어떤 관계일까 내지는 어떻게 해서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표제작 <발차기만 백만 번>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가족, 친구, 학교 생활 등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자전거를 배우다 넘어진 엄마를 보고 달려가다가 같은 반 친구를 보고 도망친 재은이가 나중에 죄책감에 빠지는 모습은 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엄마에게 예쁘게 하고 데리러 오라고 한다는데 하물며 100킬로그램이 넘는 엄마와 비행기 승무원을 하는 친구 엄마가 어찌 비교가 안 되겠냐 말이다. 그나마 재은이 정도면 마음이 충분히 넓은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는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도 재은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듯(뭐, 재은이가 왜 도망치듯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해서 읽는 나도 괜히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게 바로 가족간의 사랑일 게다.

  표제작인 세 번째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도 신혁이의 심리변화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매일 바쁜 아빠와 사는 신혁이가 윤재와  친해지는 과정이 아주 잘 표현되었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혁이의 행동 묘사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윤재가 한부모, 그것도 미혼모 가정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신혁이가 윤재를 친구로 받아들였을까 약간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둘이 앞으로 친하게 지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사실 처음에 묘사된 신혁이의 행동을 보며 저건 분명 문제아의 범주에 드는 건 아닐까 싶었다. 신혁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독자는 신혁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의 편이 되지만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다행히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윤재를 만나서 앞으로 변화될 것임을 암시하므로 안심하고 책장을 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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