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들에게 친구는 무지 중요하다. 어른이 생각하기에 그냥 친한 친구가 있으면 함께 다니고 없으면 그때그때 봐가며 친구들과 어울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이들의 세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 딸 아이를 보니 학년이 올라가서 반이 결정되면 미리 함께 다닐 친구를 물색한다. 물론 그렇게 암암리에 같이 다니기로 한 친구와 끝까지 친하게 지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새학년이 되었을 때 교실에서 혼자 있는 어색함은 일단 피할 수 있다. 솔희와 산하는 누가 봐도 단짝이다. 사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싸우고 토라지고, 그러다 다시 화해하는 일이 다반사다. 가끔 안면몰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솔희와 산하도 티격태격 싸우다 화해하며 커 가는 과정이 반복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둘은 내가 생각했던 식으로 싸우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 싸우기는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금방 사과한다. 즉 오해를 남길 여지가 없기에 둘 사이에는 작은 틈이 커질 이유가 없다. 어른 사이에서도 이 둘처럼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싸울 일이 없겠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 일단 둘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다. 남자 같은 성격에 운동을 잘 하는 산하와 천상 여자에 약간 다리가 불편해서 운동과는 거리가 먼 솔희. 그래서 산하는 아침마다 솔희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학교에 간다. 대신 엄마가 돌아가신 산하는 솔희 엄마가 아침마다 해주는 밥을 먹는다. 사실 처음에 산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솔희는 엄마가 계시기 때문에 그것도 둘이 미묘한 감정 싸움을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으나 전혀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엄마들끼리 친한 친구였다고는 하지만 남의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해주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또 처음 시작할 때 산하 아빠의 모습을 보고 아이를 방치해서 마음 고생하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도 걱정되었으나 이 또한 기우였다. 두 집안이 한 가족처럼 지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로 두 아이의 유쾌한 생활이 펼쳐지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느껴졌던 이유는 심각한 이야기를 재치있고 경쾌하게 풀어간 작가 덕분이다. 산하의 머리를 잘라준다며 엉망으로 만들어 버려도 웃을 수밖에 없다. 솔희 엄마가 솔희 등을 퍽퍽 때리고 둘이 울고불고 하지만 그 상황조차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러니 9년 째 단짝이었던 둘이 헤어지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친구를 사귈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둘에게 혼자만 남겨지는 상황이 얼마나 암담할지 짐작이 가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역시 혼자 남겨진 산하는 베프로 솔희를 남겨두면서도 여기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떠나는 솔희보다 남겨진 산하가 더 걱정됐던 게 사실이다. 자매이자 부모의 역할까지 해주었던 친구가 아니던가. 그런 가족이 떠나면 얼마나 허탈하고 외로울 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이다. 산하도 그렇고 솔희도 그렇고, 모두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며 살게 되니 말이다. 나중에 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안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아름답다. 둘의 우정이 아름답고 유쾌하게 펼쳐지는 삶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