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
이종묵.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나서, 혹은 읽으면서 갖가지 생각들이 스친다. 그럴 때마다 메모를 하기로 마음먹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다행히 책을 읽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되면(이런 맛 때문에 책 모임에 꾸준히 나가게 된다.) 뿌듯함을 느끼지만 그도 아니라면 리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래서 간혹 리뷰 쓰는 일이 번거롭고 부담스럽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언가 남는 게 있어서 이 또한 뿌듯하다. 대개 책을 읽으면 바로 리뷰를 쓰는데 이번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 원래 시간이 지난 뒤에 리뷰를 쓰면 그동안 책 내용을 곱씹으며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삶에 쫓기다 보면 책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이번 가을에는 뭔 점검이 그리도 많은지-나와 관련된 것은 하나밖에 없는데 사람이 혼자 살 수 없기에 도와줘야 했다-도무지 짬을 낼 시간이 없었다. 책을 읽은지 시간이 오래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따라서 느낌이 많이 퇴색되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해 서두가 좀 길었다.

  주류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섬을, 그것도 가까운 섬이 아니라 멀고도 먼 섬을 찾아간다는 기획의도를 듣고 참 재미있겠다 싶었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연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뒤부터 과거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그러니 딱이겠다 싶었다. 우선 유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정약용과 정약전일 게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면서 조선의 인물들이 줄줄이 생각났다. 그런데 내가 역사를 너무 협소하게 생각했나 보다. 여기서는 조선뿐만 아니라 고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규보를 제외하면 전부 조선시대의 인물인데도 처음에 이규보가 나와서인지 뇌리에는 그런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아마 여기서 다루는 인물들이 어떤 사건과 함께 언급되면 알아도 이름만 덜렁 나오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짧은 역사 지식 때문일 게다.

  한때는 유배를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배지에서 마을 사람들과 왕래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치며 심지어 결혼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책 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위리안치의 형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참했나 보다. 햇빛이 안 들게 처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시나무 울타리를 치면 습도는 얼마나 높을 것이며 하늘은 제대로 보였으려나. 그곳에서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어느 곳도 갈 수 없다면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좌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배라는 형벌이 무서웠던 것이리라. 그러나 정약전이나 김만중 같은 사람은 유배지에 가서 오히려 걸작을 낳기도 했다. 여기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배지에서 그냥 허송세월을 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좌절하여 속으로 한이 쌓이기도 했다. 하긴 왜 아니 그랬을까.

  유배지가 서해의 섬도 있지만 대개 남도의 섬이 많다. 서울에서 가장 먼 섬을 찾다 보니 그리 된 것일 텐데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 그곳까지 가려면 그것부터가 고역이었겠다. 고문을 당한 후 유배지로 향하다가 죽는 일도 다반사였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 싶다. 유배를 당한 사람들이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정치범이었기에 정권이 바뀌어 승승장구 한 사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인생이란 참 덧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인물과 역사에 더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그 보다는 섬의 현재 모습이 많아서-현재 모습도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인 모습이 너무 많기에 공감이 잘 되지 않아-약간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한 시대에 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어떻게 지냈는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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