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 아기너구리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 / 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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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에서 너구리가 많이 나오는데 정작 너구리를 본 기억은 없다. 다만 '너구리' 하면 눈 주위의 동그란 무늬나 꼬리가 먼저 생각난다. 이 그림을 보니 너구리를 직접 보면 상당히 귀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너구리가 아주 귀엽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기너구리는 사냥(갑자기 너구리가 고기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낯설다. 지금까지 으레 산에서 살려니 생각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 책의 너구리는 강마을에 산다. 고로 생계수단이 산이 아닌 물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간 아빠를 기다리다 우연히 물총새를 본다. 그런데 이 물총새는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둘레를 콩콩 뛰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고 났는데 마침 물고기가 튀어 올랐고, 때마침 물총새가 그 고기를 잡는다. 오비이락이라고나 할까. 아기너구리가 생각하기에 물총새의 행동은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긴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쉽게 이루면 그 뒤에 뭔가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거기서 아기너구리는 깜찍한 생각을 한다. 바로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기억해 두었다가 자기도 써 먹겠다는 것.

  그런데 얄궂게도 물총새는 그림을 몽땅 지우고 가버린다. 과연 물총새의 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무슨 그림이었길래 금방 물고기가 튀어 올랐을까, 아기너구리는 궁금하기만 하다. 나는 물총새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더 궁금한데 아기너구리는 그보다는 그림이 더 궁금하다. 그래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오늘은 엄마 제삿날이니 꼭 물고기가 필요하다. 헌데 알고보니 물총새의 그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물고기를 그린 것으로 보아 그냥 취미삼아 그림을 그렸을 뿐인가 보다. 그러기에 아기너구리가 물총새에게 요술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자 처음 듣는 얘기라며 전혀 관심도 갖지 않고 날아가 버렸겠지.

  그래도 아빠너구리는 아기너구리의 말을 믿어준다. 아기너구리가 아빠를 보자마자 물총새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 않고 '아들 덕분에'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대개의 어른들이라면 괜한 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아빠너구리는 이해심이 많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인물인가 보다. 원래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공감과 인정이라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여하튼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는 너구리의 평화로운 삶이 잔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아름다운 자연을 담백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 앉는다. 결국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도 매일매일이 소중한 삶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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