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가지 결정적 순간들
필립 윌킨슨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냉전을 이끌었던 두 나라 중 하나인 소련이 무너지던 날, 그보다 앞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였던(외적으로만 비슷했지 내적으로는 많이 달랐지만) 독일의 장벽이 무너지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전에도 커다란 사건이 있었을 테지만 아직 어려서 세상사에 관심갖지 않던 때와 달리 두 사건은 어느 정도 세상을 알 나이에 맞닥뜨린 일이라 더욱 생생했을 것이다. 당시도 훗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날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당시를 사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건만 그 현장에 '내가' 있다는 게 중요했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당시는 별 것 아닐 것 같았던 일이 결과적으로 커다란 '사건'이 되는 경우이 가끔 있다.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이 쏜 총 몇 방이 1차 세계대전으로 번질지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그 전쟁은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연결되지 않았던가. 어디서나 암살은 있어왔지만 암살이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그 사건이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이 밖에도 영화로도 나와서, 아니 영화로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라던가 인간이 달에 착륙하던 일과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으며 쓰나미라는 말을 일반화시킨 인도양 지진해일 등 단순한 사건에서 더 나아가 그 후에 여러 모로 영향을 준 사건 7가지를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사건도 있고(비행선인 힌덴부르크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내 개인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제 다시 퇴행하게 될 사건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바로 우주 산업이다. 2011년, 미국에서 NASA에서 하던 일을 중지하면서 앞으로 우주 산업은 자연히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그 사건으로 인해 인공위성이 발전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첨단산업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으니 결정적 순간이 맞긴 하다.

  어느 한 사건을 단지 '사건'으로만 인식하면 근시안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은 물론 차후에 끼칠 영향까지 두루 생각할 줄 알아야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사실은 모두 알 것이다. 예를 들자면 1차 세계대전 당시 남성들이 전투에 나가자 그 전까지는 집안일만 하던 여성이, 남성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모든 일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것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할 게다. 그러한 책에 이 책을 끼워넣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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