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수염 - 스리랑카 땅별그림책 4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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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나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로는 비슷한 것도 있고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묻어나는 이야기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야 좋다는데 내가 옛이야기를 잘 모르니 아이들에게 들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책으로 보여줬다. 한때는 '들려'주겠다는 일념으로 내가 먼저 이야기를 읽고 바로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제대로 되지 않아 두어 번 시도한 다음 포기했던 기억도 난다.

  영미권이나 유럽의 옛이야기는 많이 만났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권의 옛이야기는 오히려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 기억으로 단행본으로 만난 스리랑카의 옛이야기는 이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전에 모임에서 각 대륙별 옛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아시아권의 옛이야기를 공부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읽지 않아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책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옛날 스리랑카 사람들은 수염을 길게 길렀단다. 좋거나 멋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수염을 자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위가 없어서 수염을 자르려면 물고리를 자르는 것처럼 해야한다니 번거롭기도 하겠다. 그래서 지혜로운 바분 할아버지는 쥐를 길러서 쥐에게 수염을 자르도록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쥐의 이빨이 무뎌져서 잘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수염이 엄청 빨리 자랐나 보다. 이빨이 자랄 새가 없을 정도로 수염을 갉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 후의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쥐가 이빨을 뾰족하게 만들러 간 사이 수염이 자라고 자라 사람들을 친친 감고 나무도 감을 정도였으니까.

  갑자기 수염이 빨리 자란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 속도로 자란 것인데 쥐 덕분에 몰랐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고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까. 나처럼 수염이 갑자기 자라는 것이 뜬금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나. 이런 것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냐 아닌가가 차이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라투 메니카를 쫓아가던 수염이 불에 타면서 그동안 친친 감았던 사람들이며 나무를 놓아주고 적당한 길이에 머물렀을 때 바분 할아버지가 불을 끄면서 한바탕 소동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불이 나서 할아버지가 다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나 옛이야기의 특성답게 천연덕스럽게 일이 해결된다. 아무튼 스리랑카의 옛이야기,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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