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해리 : 바다 괴물이 되었어요 - 개정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운 여름이다. 너도나도 바다로 놀러가는 시점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실 나는 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특히 소금기가 묻어나는 바닷물은 더욱 안 좋아해서 바다로 놀러가기는 아주 가끔이지만 여름의 바닷가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 해변에 똑같은 파라솔이 줄지어 있는 모습과 물속에 바글대는 인파.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러한 해변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해리는 천방지축 못 말리는 강아지다. 검은 점이 있는 하얀 강아지인데 이 집은 해변으로 놀러가도 강아지를 데리고 가나 보다. 우리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맡기고 가는데 말이다. 식구들이 해변으로 줄지어 가고 마지막에 해리가 따라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게다가 해리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뭔 일이 터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못 궁금하기도 할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파라솔이 작아서 옹기종기 붙어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 해리 자리는 없다. 결국 쫓겨나서 그늘을 찾아다니던 해리는 우연히 바다에서 밀려온 바닷말을 뒤집어 쓴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시원한 바닷말을 뒤집어 썼으니 얼마나 시원할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강아지라는 것을 모르고 해리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일 뿐이다. 시원해서 가족을 찾아가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해리를 보고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소동을 벌이지만 해리는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이것이 해리의 매력이다. 남들은 자기를 어떻게 보든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것 말이다.

  '헤이'를 해리로 잘못 알아듣고 그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또 어떻고. 사실 바닷말을 뒤집어 써서 사람들이 괴물로 오해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이 전형적인 강아지 모습이다. 게다가 해리는 운도 좋다. 사람들에게 막 잡히려는 순간 의도하지 않았지만 도망쳤으니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 해에는 훨씬 커다란 파라솔을, 그것도 해리와 비슷한 모양인 하얀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파라솔을 준비했으니 이제 해리가 가족을 못 찾는 일은 없겠다. 이 시리즈가 나온 지 꽤 되었는데도 읽으면 여전히 재미있고 아이들도 여전히 좋아한다. 물론 나도 무지 재미있고 좋아하는 책이다. 특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해리의 표정은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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