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간 돼지 너구리 돼지 너구리 2
사이토 히로시 글, 모리타 미치요 그림, 안소현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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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적인 그림, 너무나 평범한 글씨체, 그야말로 그저 그럴 것 같은 그림책인데 읽어 보니 무척 재미있다. 우선 오리너구리는 들어봤어도 돼지 너구리는 처음이다. 여우가 둔갑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너구리가 둔갑한다는 얘기도 처음이다. 그런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것들이 모이니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보다.

  우선 너구리는 둔갑을 잘 하지만 돼지 너구리는 조금만 둔갑할 수 있단다. 그러니까 무엇으로 변신하든 머리는 그대로라는 것. 몸통이면 옷으로 가리면 되지만 얼굴이 안 변하면 이건 거의 소요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인지 너구리를 조르고 졸라 도시로 가는 길에 차를 잡을 때도 돼지 너구리는 차라리 뒤에 숨어 있다가 몰래 짐칸에 타라고 한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도시에 도착한 너구리와 돼지 너구리는 나뭇잎으로 만든 돈을 가지고(정말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옷을 사서 돼지 너구리에게 입힌다. 얼굴이 돼지인 것을 감추기 위해 쓴 선글라스와 마스크는 아무리 봐도 범죄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털이범을 잡으려던 경찰에게 걸리고 만다. 결국 돼지 얼굴이라는 것이 들통나자 둘은 줄행랑을 친다.  여기서 경찰의 표정 변화가 압권이다.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결국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중에 다른 곳에서는 은행털이범이 잡힌다. 헌데 그런 이야기는 글로 만날 수 없다. 단지 그림이 얘기해줄 뿐이다.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이런 점이다.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

  놀이공원에서 신 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유령의 집도 들어가고 돼지로 변신한 것처럼 변신해서 풍선도 다 팔고 마지막으로 관람차를 탄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보고 만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물웅덩이, 바로 바다다. 이쯤되면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이 간다. 다만 너구리와 돼지 너구리가 어떤 모험을 할지 모를 뿐이다. 너구리를 끈질기게 졸라서 바다고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짜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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