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조지 오웰의 작품을 차근차근 읽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 마음 먹고 읽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당장 읽어야 할 책을 먼저 읽게 된다. 그래서 여럿이 읽을 기회가 생기자 얼른 동참했다. 그때는 일단 <1984> 먼저 읽고 다음에 <동물 농장>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책을 읽으며 문득 어떤 그림책이 스쳐 지나간다.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라는 책으로 모든 일을 오리에게 맡기고 농장 주인은 일을 하나도 안 하자 주위의 동물들이 회의를 거쳐 주인을 몰아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책에서 오리는 주인에게 반기를 들지 않고 동료들이 주인을 몰아내는지조차 모르며 주인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장면도 없다. 혹시 작가가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것 아닐까. 어차피 창조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지만 유에서 변형시키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그림책 이야기는 그만해야겠다. 여기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 모습이 나온다. 또한 구체적으로 누군가가 연상되기도 한다.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으로 무언가를 깨달은 동물들이 처음에는 대의를 가지고 장원농장의 주인인 존스를 몰아내지만 결국 그 안에서도 존스를 대신할 누군가가 있다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리 만인이 평등한 나라라고 해도 그 나라를 누군가가 다스려야 하고, 그러려면 계급이 생기게 마련이다. 처음 마르크스의 이론에 입각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정말로 모두 평등하고 다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란 마약과 같다고도 하지 않던가. 한 번 맛을 들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것.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이미 그 권력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서로 자기가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 이전 존스보다 더한 착취와 노동을 강요한다. 책을 읽다 보면 대충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어떤 사건 혹은 어떤 종류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연상시킨다. 벤저민은 아는 게 많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회의주의자를, 클로버는 교육 받은 무기력한 중산층을 의미하는 듯하다. 역사에는 언제나 강온이 대립되어 나타난다. 큰일을 치를 때는 힘을 합치지만 막상 목적을 이루고 나면 노선이 갈라지곤 한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다 어느 한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인간의 기본적인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비록 구소련을 풍자하는 이 책을 여전히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