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꿈 - 14세에 남장하고 금강산 오른 김금원 이야기 진경문고
홍경의 지음, 김진이 그림 / 보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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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림 출판사의 진경문고 시리즈를 좋아한다. 주위 사람들이 이 시리즈 책 중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도 그랬고.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왼쪽 상단에 찍혀 있는 '진경문고'라는 글자가 마냥 반갑기만 했던 이유다.

  신분제가 엄격하고 남녀차별이 심했던 조선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금강산을 다녀온 김금원에 대한 이야기란다. 김금원이라.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긴 주류 역사에서 벗어난 인물이니 모를 수밖에. 남자라도 서얼 출신이라면 제약이 많았던 시절, 어머니가 기생인지라 금원은 소실의 자식인데다 여자였으니 최악의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금원도 어머니를 좇아 관기로 등록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물론 금강산을 다녀오고 여러 곳을 유람하면서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여자가 금강산을 다녀올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여자의 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금원의 부모님은 극구 말렸던 것이고. 하지만 워낙 뜻이 강하고 당찬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자의 몸으로서는 불가능하니 방법은 하나다. 바로 남장을 하는 것. 만약 금원의 부모님이 무척 고지식하고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딸이 간절히 원하더라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금원의 부모도 어느 정도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얘기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교우하며 시를 짓는 모임을 만들었다니 비록 신분 제한 때문에 마음 고생은 심했을지 몰라도 한때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고모 기각과 시를 주고 받으며 위안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본문 곳곳에 여러 사람의 시가 나오는데 워낙 고전과는 거리가 먼데다 시와도 친하지 않아서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특히 한자로 된 시가 있는데 그것을 해석할 수 있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사실을 나열한 듯한 문장이라 <책만 보는 바보>와 같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뭐랄까, 그냥 김금원의 행동을 따라다닐 뿐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섬세한 묘사는 없었다고나 할까. 김금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뿌듯했지만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지는 않았다. 그 점이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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