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쳇바퀴를 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못 느끼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지난날의 패턴과 동일하게 가고 있음을 알게 되니 말이다. 처음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의 좌절감과 낭패감이 얼마나 컸었던가를 기억해 본다. 현 정부는 역시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된 정부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어쩜 그리 사사건건 반대로만 가는지. 그런데 더 좌절을 느끼게 하는 건 그 길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내 주변에는 나처럼 모두 비주류라 그런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지만 주류에 속하는 언론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그렇다. 사람은 적응을 아주 잘하는 동물인가 보다. 정말이지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뻔히 보이는 일을 설마 바꿀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 내지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데도 어떻게 항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나 싶어서 화 나고 속이 터졌는데 이제 그래봤자 변하는 것도 없고 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냥 혼자 넋두리만 한다. 그러면서 여하튼 여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모두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간다. 현 정부는 출범 때부터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공공연히 표방했기에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변하리라는 것쯤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혹시나 그들의 주장대로 낙수효과가 정말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모르긴 해도 현 정부도 그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CEO 대통령'께서' 그 정도도 몰랐다니.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당근을 주며 물가안정과 고용 확대를 기대했지만 그 역시 한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기름값을 조금만이라도 인하하라고 그처럼 애원하고 때로는 압박해보지만 그 대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초창기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MB 물가'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켠에서는 자유시장을 이야기하다가 물가상승이라는 불이 떨어지자 정부에서 규제하려고 하니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겠나 말이다. 그동안 뿌린 당근을 생각하며 대기업이 따라주리라 기대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기업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읽다가 열 받아 뒷목 잡을 일이 많으리라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럴 일이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희망적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뒷목 잡을 일이 없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새로울 것이 없어서였다는 얘기다. 각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각각의 사건이나 분야에 대해 잘잘못을 세세하게 따져 묻는데 너무 딱딱한 어조와 사건 나열식이라 읽는 '맛'은 없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글은 아니었다. 그냥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동조할지 몰라도 혹여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설득당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그들끼리(물론 거기에는 나도 포함된다.)의 속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조금 안타깝다.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러게, 이건 현 정부가 조금 잘못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닐런지. 여하튼 그래도 먼 훗날 역사는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