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하마다 케이코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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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6월은 자연스럽게 전쟁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우리에게 8월은 일본이 생각나고 더불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달이다.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마는 우리는 주변국과 아주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정도까지 나아갔다. 일제강점기 36년은 아직도 씻지못할 상처를 남겼으며 한국전쟁 3년은 모든 것을 상당히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그러니 '평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모여 평화 그림책을 만들고 있단다. 일전에 우리 작가의 책 두 권이 나왔고 이번에 중국 작가와 일본 작가의 책 각 한 권씩 두 권이 나왔다. 한중일 삼국이 역사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운동에 이어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해 그림책을 만들어 평화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려주겠다는 취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일본에게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생각했지 입힌 상처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배상 했고 사죄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회피하는 사항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취지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대한 불만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일본 작가는 어떤 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수준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하고 동의할 만한 이야기. 대신 진정성이 빠진 공허한 메아리라는 생각도 한켠에 자리 잡는다. 평화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당한 말씀. 그 다음은 폭탄 따위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 이 또한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읽기를 멈칫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누가 일으켰던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그들은 전쟁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죄책감이 없고 자신들이 입은 원폭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원폭피해와 관련된 동화책은 많은데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도 (안 그러려고 해도)그런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입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책장을 넘긴다. 잘못을 저지르면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그래,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라니까!), 어떤 신을 믿거나 혹은 믿지 않더라도 싸우지 않는 것(맞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종교 때문일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등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내가 태어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맞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들의 이야기는 쏙 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 같아 편치 않지만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이 시리즈의 그림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본 작가의 책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그래서 다음에 나올 일본 작가의 책, 역사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담담히 고백하는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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