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기장 창비아동문고 263
전성현 지음, 조성흠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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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보기에 아무 걱정없어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걱정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지금 갈구하는 걸 누군가가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알고 보면 그 사람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걸 갈구하며 나를 부러워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 나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타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부족한 것 없어보여도 나름대로 힘들고 고민이 많다. 예뻐서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는 세희도 사실은 엄마가 아파서 자기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어쩌다 물건까지 훔쳐서 마음 고생을 하지 않던가. 결국 엄마가 제자리로 돌아와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자 세희의 방황과 고민도 해결되었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지우는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형편이 어려워져 신발이 작아도 사 달라고 못할 정도다. 그래서 지우는 세희를 부러워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세희는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세희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그러니까 누구나 그 선에서 고민과 걱정이 있다는 얘기다.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가는 준호가 일기장을 하나 마련해서 자기의 속마음을 적어 놓는데 그 일기장을 잃어버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일기장이 등장인물들 손에 들어가고, 각 인물들은 거기에 댓글 달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군지 모르는 상대방을 위로해 주는 글을 쓴다. 그러나 글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쓰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을 위로하는 이야기임을 안다. 다섯 명의 친구가 서로의 입장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모든 상황이 맞춰지는 방식, 전혀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준호의 일기장을 매개로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에 관심을 가졌는데 읽다 보니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다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이다.

  엄마가 어떤 낯선 남자와 있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알고 보니 엄마에게 자기가 모르는 아들이 있었다는 동현이 이야기는 언젠가 읽은 어떤 단편 동화와 소재가 비슷하다(물론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소재도 이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다섯 편의 이야기에 주인공의 성장 외에 공통으로 흐르는 정서가 또 있다. 바로 가족의 힘,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 주인공들은 혼자인 것 같아 힘들고 외로워도 의지할 곳은 결국 가족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삐딱하게 재미있는 맛은 없지만 안정되고 모범적인 결말과 하나하나 상황이 맞춰지는 맛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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