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덕분에 반올림 27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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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책이 한창 많이 나올 때 단편이건 장편이건, 국내 작품이건 외국 작품이건 정신없이 읽어서 나중에는 섞이기도 했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평소에는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다시 읽으니 어렴풋이 기억 난다는 점이다. 이  책의 두 이야기도 전에 다른 단편집에 나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완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조금 읽으니 어렴풋이 기억난다. 특히 <Reading is sexy>의 경우 처음 읽을 때 참 신선하고 발랄해서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다. 가정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안됐다는 생각보다는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그러나 꽤 오래 전에 읽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꾸 지금의 청소년들이 아니라 예전의 청소년들에 대입하며 읽는다. 예전이래 봤자 불과 2,3년 전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아마 새롭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처럼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앞의 두 이야기는 이미 다른 책으로 나왔던 작품이고 표제작인 <그 녀석 덕분에>는 읽으며 <변신>도 생각나고 변신을 모델로 했던 다른 책(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도 생각나고 <흰 쥐 이야기> 같은 옛이야기도 생각나고 그런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던 <수일이와 수일이>도 생각났다. 이렇게 작품은 끊임없이 변주를 하는가 보다. 여기서는 딱정벌레로 변한 것이 아니라 바퀴벌레가 인간으로 변했으니 두 이야기가 짬뽕 되었다고나 할까.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변신>을 제외한 책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고 이 이야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 이야기하고자 하는 깊이가 다르다. 바퀴벌레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오히려 그 '덕분에' 자신을 찾은 양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시니컬하지만 어딘지 매력적인 민구를 보는 재미도 있다. 아니, 그 보다는 이처럼 각 인물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작가의 모습이 재미를 더하지 않았나 싶다.

 옛이야기에는 쥐가 사람의 손톱을 먹고 그 사람이 되었다는데 여기서는 아주 오랜 세월을 지구에서 살아온 바퀴벌레가 사람으로 '변신'했다. 게다가 실제로 인디밴드였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럼'의 추모 공연을 소재로 하고 있어 순간 정말 바퀴벌레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진짜 양호와 가짜 양호가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로 규정짓는 것이 진정 자신의 내면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모습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일까. 진짜 양호가 자신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의문을 갖게 한다. 바퀴조차 우리의 고3에게 어떻게 사느냐고 불쌍하게 바라보는 모습 또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진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기꺼이 은둔자의 삶을 선택하는 마지막 모습은, 그들의 입장에서 잘 되었다 싶다가도 그 부모들이 나중에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받게 될 충격과 상처가 걱정된다. 역시 아무리 청소년 소설을 읽더라도 부모의 입장을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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