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란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기본적으로 환상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동화가 워낙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치있게 다루고 있어서 그 사실을 잊곤 한다. 한쪽에서는 고학년 대상 동화는 환상성보다 현실성에 비중을 둔 작품이 많지만 저학년 대상 동화의 경우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래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아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고나 할까. 아니, 그보다는 읽으면서 비현실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에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지극히 현실적인 내가 '요즘 시대에 웬 공주'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읽었다. 예전에는 마음속으로 어떤 선을 긋고 책을 읽었는데 동화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 너그러워졌나 보다. 아예 처음부터 그러한 선을 긋지 않고 어떠한 선입견도 갖지 않으니 훨신 재미있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빈틈없이 꽌 찬 성'에 사는 막무가내 공주 치우는 처음 이야기로 보자면 잘난 척 쟁이에 제멋대로에 예의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다. 보통 이런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미운 법이나 치우 공주는 미워할 수가 없다. 물론 처음에는 너무 버릇이 없는데도 주위에서 말리기는 커녕 쩔쩔매는 걸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치우 공주는 마음이 따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그저 아무 걱정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치우 공주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다 결국 영웅이 되기로 결심하고 영웅이 되는 길을 찾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영웅이 되어 모자라 군대를 물리치지만 전쟁이란 서로 상처를 받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빈틈없이 꽉 찬 성 2호'를 만든다. 물론 처음에는 모자라 동굴을 자신의 성과 똑같이 만들고 싶어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보고는 마음이 바뀐다. 결국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모자라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금방 씨앗이랑 만배물 씨앗을 모자라 동굴에 뿌린 것이다. 그러니까 공주에게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말도 안 되는 공주의 모험 같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덕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