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에타와 일곱 샘물
안토니오 디에고 만카 지음, 송지연 옮김 / 판미동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미신을 믿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호하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어느 나라(라기보다 부족이라는 편이 맞을 것이다.)는 지금도 미신이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 인류가 어느 시점까지는 신적인 존재에 상당히 의존했다. 과학에 의존한 기간보다 신에게 의존한 기간이 훨씬 길었으니 오히려 지금처럼 신에 의지하는 사람이 적은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신보다는 과학을 믿는 편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마치 어떤 여험한 존재가 인간을 지배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곱 샘물이라니 물을 신봉하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 보다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그에 못지 않게 자신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티아 난나가 물을 신봉하고 경외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을 거역하지 않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한 것이지 내가 생각하듯이 마법이 존재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긴 시골에 계신 고모도 무슨 때가 되면 치성을 드린다며 떡을 해서 산에 있는 샘물에 가시곤 했다. 그 산이 동네에서 가장 큰 산이자 영험한 산이라고 하는데 신기한 것이 사시사철 샘물의 양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나도 전에는 산책할 겸 가끔 그 샘물에 가서 물을 떠오곤 했는데, 물맛이 진짜 달다. 고모는 그렇게 떡을 해서 절을 한 덕분인지 그 근처에서 산삼을 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물론 사실이다. 나도 봤으니까.

 이렇듯 샘물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주는 존재다. 그렇기에 티아 난나가 백혈병에 걸린 안토니에타에게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의 샘물에 가서 자신을 맡기라고 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무조건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자신감을 갖고 살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하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스스로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는, 자존감을 갖는 과정이다. 병은 어느 정도의 정신력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결국 안토니에타도 티아 난나와 함께 지내며 자신을 찾고 난 후에 병이 말끔히(그야말로 마법처럼) 나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환자인 자신에게 일을 시키고 조금도 배려해 주지 않는 것처럼 느꼈지만 알고 보니 그것도 모두 자신을 찾도록 하는 과정의 하나였다.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을지도 모르는 병을 만난, 여리디 여린 소녀가 병을 극복하는 과정이 신비한 분위기에서 펼쳐지지만 읽고 나면 그것은 결국 신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한 귀결이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