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뒤로 나가! 신나는 책읽기 30
선안나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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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책을 보더니 읽겠단다. 어쩐 일이지, 책이라면 마지못해 읽는 녀석이. 생각해 보니 제목이 재미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표지를 본 몇몇 아이들도 상당히 친숙해 한다. 왜? 그건 바로 학교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자면 까마귀가 삼식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즉 삼식이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 까마귀에게 혼나는줄 알았는데 둘이 비록 만나기는 하지만 같이 말을 하거나 서로 소통하지는 않는다. 까마귀 가옥이가 혼잣말로 삼식이에게 화풀이를 할 뿐이다. 가옥이는 삼식이 말을 알아듣지만 삼식이는 가옥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가옥이는 새만 보면 질색을 하는 삼식이에게 맺힌 게 많다. 그래서 모두 돌아간 교실의 삼식이 자리에 가서 혼자 삼식이를 혼내고 그것도 모자라 똥까지 싸놓고 간다. 물론 그때 삼식이와 가옥이는 같은 공간에 없지만 서로 약간의 기운은 느낀다. 이런 게 바로 재미다.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하지만 연결이 되지만 그렇다고 영향을 주지도 않는 묘한 분위기 말이다. 나중에는 결국 삼식이가 왜 그렇게 새를 싫어하는지 알게 되어 다른 새에게도 인간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새가 다니는 참꽃 분교와 아이들이 다니는 초롱꽃 분교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올빼미 교장 선생님의 지시로 가옥이가 큰 역할을 한다. 마법이 나오고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하는 열매를 먹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삼식이 주변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앗, 그런데 마지막과 뒷표지에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삼식이를 위해 누나가 그림이 많고 글이 적은 책을 사다줬다는데 그 책을 읽는 삼식이 그림은 <염소 시즈카> 아닌가? <염소 시즈카>는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이 책은 창비출판사인데, 이렇게 서로 인용하니 이 또한 재미있다. 물론 그림에서는 제목을 자세히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림 분위기만 봐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은 외곽지역이라 학교도 작고 도서관도 작다. 그리고 또 하나, 분교가 있다. 나는 아직 분교를 가보지 못했지만 행사를 같이 하기 때문에 가끔 전교생 35명의 분교 아이들을 본다. 그러니 이 책의 주인공 삼식이가 다니는 학교며 주변 이야기가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 게다가 삼식이처럼 공부는 싫어하고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의 아이들을 볼 때는 걱정이 앞서는 반면 이 책의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고 못해도 마냥 귀엽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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