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해리 : 목욕은 정말 싫어요 - 개정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상관없이(물론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1956년에 처음 나오고 나서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책, 우리나라에는 1995년 즈음(이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에 들어와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은 세련되고 색상도 선명할지 모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맛은 훨씬 덜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오랜만에 읽어 보니 확실히 요즘 보았던 책들과는 다른,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해리는 강아지다. 그런데 목욕을 무척 싫어한다. 하긴 목욕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을까. 우리 강아지도 목욕을 시키려고 욕조에 넣으면 어찌나 몸을 터는지 주변이 물바다가 되기 일쑤다. 해리는 우리 강아지보다 더 적극적이다. 목욕 솔을 아예 물어다 감추니 말이다. 그러고는 밖에 나가 하루 종일 신나게 논다. 공사장에서 뒹굴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놀기도 하고, 석탄 실은 트럭에서 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칙칙폭폭 달리는 증기기관차도 그렇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일도 거의 없으니 아주 옛이야기 같기도 하겠다. 그러나 해리가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찌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하얀 바탕에 까만 점이 있는 강아지 해리는 어느새 하얀 점이 있는 까만 강아지로 변해 버렸다. 밖에서 놀아도 잠은 집에서 자라고 했던가. 해리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집으로 돌아간다. 이야기가 해리의 입장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심지어 해리의 주인인 아이들조차 주변인의 역할 밖에 하지 않는다. 해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집 개라고만 생각하다가 해리가 목욕을 해서 깨끗해지자 그제야 알아볼 정도로 아이들의 심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독자는 해리의 마음을 따라갈 뿐이다. 주인이 못 알아보는 것이 걱정되어 그토록 싫어하는 목욕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여전히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솔을 이번에는 방석에 살짝 숨겨놓은 걸 보니 말이다. 이러니 어찌 해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해리는 귀엽고 깜찍하다. 이 책이 학교에 있던가. 없으면 이걸 가져가서라도 저학년 책 읽어주는 시간에 읽어줘야겠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할지 벌써부터 반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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