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있었으면
지오바나 조볼리 지음, 시모나 뮬라자니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는 아니겠지만 대개)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나는 유머 감각이 없어서 톡톡 튀는 말을 하는 사람이 부럽다. 어떤 상황에서 당시는 대처하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이렇게 말할 걸'하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났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생각했던 대로 유머를 발휘하면 좋을 텐데, 그땐 또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마냥 부러워할 수밖에.

이 책을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단순히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듯 동물을 부러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호랑이의 힘찬 다리를 부러워하고 나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여우원숭이를 부러워하고, 멋진 사슴의 뿔을 부러워한다고만 생각했다. 뭐, 원래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법이니까 동물의 특정한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두어 번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니까 단순히 인간과 다른 동물의 능력을 부러워한다기 보다 동물의 특징을 들려준다는 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잘 달리는 토끼, 과일을 잘 먹는 곰, 귀가 큰 코끼리처럼 말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서 각각의 특징을 간략하게 들려주는데 때로는 그림이 멋지게 곁들여진다. 특히 고래는 이게 과연 고래일까 싶을 정도로 화사하다. 마치 아름다운 문신을 한 것처럼 알록달록하다. 그런가하면 따스한 방에서 편안하게 누워있는 강아지(워낙 커서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뭣한)는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다정한 눈빛'이라는 글귀에 딱 어울린다고나 할까.

책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서 어린이의 안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모르긴 해도 이렇게 만들면 제작비가 올라갈 텐데. 표지는 푹신푹신하다. 이렇게 하면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또한 제목에서 '나도 있었으면' 하는 말이 나오고 본문에서는 각 동물의 특징만 간략하게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그것을 마무리 짓는 어떤 글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없어서 약간 뭐랄까,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도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땐 제목에 있는 글이 있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말로 생각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게다. 그래도 멋진 그림을 보며 동물을 만나는 재미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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