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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는 색시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3
이미애 엮음, 정승희 그림, 박영만 원작,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그래서 같은 제목이라도 어느 것을 원전으로 삼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아이가 읽고 나서 첫 마디가 '이건 좀 다르네. 해피엔딩이야.'였다. 전에 읽었던 책은 약간 무서운 결말이었던데 반해 이 책은 전형적인 옛이야기 구조를 따르기 때문이다. 박영만의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전으로 하는 시리즈를 펴내서 주목을 받았던 이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밥 안 먹는 색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가 있으면 밥이나 축낼 게 뻔하다며 예순이 가깝도록 혼자 살 정도로 구두쇠 영감은 그림만 봐도 얼마나 구두쇠인지 짐작할 수 있다. 뾰족한 턱에 끝이 올라간 눈, 갸름한 얼굴 모양은 척 봐도 마음이 넓지 않아 보인다. 나이 들어 결혼은 해야겠기에 밥 안 먹는 색시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수소문해 보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자신의 딸을 구두쇠라도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어느 가난한 농부가 자기 딸은 밥을 안 먹고 산다고 헛소문을 퍼트린다. 여기저기에 소문이 퍼져 나가는 그림이 재미있다. 음, 소문이 퍼지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그나저나 밥을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 농부는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혹시 색시가 밥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쫓아내지나 않을지, 아니면 색시가 어떻게 몰래 밥을 먹을지 궁금해하며 읽는데 색시는 전혀 뜻밖의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구두쇠 영감을 곯려주면서도 결국은 영감의 잘못을 깨닫게 만드는 방법을 잘 찾았다고나 할까. 특히 개인적으로, 색시를 감시하라고 보낸 심부름꾼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서 오히려 영감을 곯려준 색시의 모습은 소극적인 옛날의 여자 모습이 아니라 좋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곤경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용하고 헤쳐나가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비록 색시가 거짓말한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구두쇠 영감의 행동이 원인이기에 할 말이 있다. 여하튼 새로운 '밥 안 먹는 색시'를 만난 즐거움이 큰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