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3
야마모토 켄조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는데 마음이 많이 무겁다. 우선 세발이의 모습이 그렇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둘이 떨어지게 된 것이 그렇다. 주인공은 세발이와 마음을 나누면서 힘을 얻었고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게 되었으며 결국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지만 남게 된 세발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해도 세발이는 소년이 없어도 꿋꿋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소년이 떠나기로 결심하고 나서 비록 말로 안 했지만 세발이에게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숱하게 마음으로 이야기했다지 않은가. 이렇게 위로하고 서로 좋은 길로 갔을 것이라고 애써 위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허전하다. 

  함께 살던 엄마가 돌아가셔서 외숙모 집에 얹혀 살게 된 소년은 보기만 해도 기운이 없다. 언제가 같은 옷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다. 사촌들이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베푸는 입장에서의 생각일 뿐이다. 보아하니 그것도 잠깐이었지 싶다. 소년이 또래에게 해코지를 당한 후 학교에도 안 가고 세발이와 친구가 되어 놀기만 할 때 사촌과 외숙모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간신히 세발이와 친구가 된 소년은 어디를 가든 항상 세발이와 함께 한다. 이렇게 서로 의지했는데 세발이만 두고 떠나면 과연 세발이는 잘 지내 수 있으려나. 애초부터 누구의 세발이가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세발이었다지만 자꾸 '인연'이라는 단어가 맴돈다. 너와는 특별한 인연이었잖아, 그런데 두고 떠나다니. 차라리 데리고 가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억지를 부려본다. 차라리 세발이와 말로 이별을 했더라면 슬프기라도 할텐데, 이건 마음으로 알려줬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소년이 세발이에게 의지했다는 얘기니까. 그래도 시간이 꽤 흘렀는지 마지막의 그림은 이제 소년이 아닌 어른이다. 그 시간동안 그는 세발이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 속으로 언제나 세발이를 생각했고 오로지 세발이만 친구였는지 여전히 고독함이 느껴진다.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맑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고 큰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라니. 특히 강아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눈이 더욱 맑다고 느껴질 것이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억지로 표정을 꾸미는 것도 아니니까. 집에 강아지 혼자 둘 수가 없기 때문에 키우는 강아지를 가끔 시골에 맡길 때가 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밖에서 차소리가 나면 얼른 달려가 창밖을 내다본단다. 혹시나 우리가 왔을까 하고 말이다. 혹시 세발이도 소년과 비슷한 옷을 입은 또래 아이를 보면 혹시나 하지 않을까. 물론 개는 냄새를 잘 맡으니 그런 착각을 할 리는 없겠지만. 소년은 세발이 덕분에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았고 그 덕분에 떠날 용기를 얻었는데, 그러니까 소년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살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남겨진 세발이가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가장 마음 아팠던 원인도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세발이가 자꾸 소년에게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여겨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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