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아저씨가 들려주는 우리 풀꽃 이야기
김영철 지음, 이승원.박동호 그림 / 우리교육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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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관심이 꽤 있어서 한때는 봄이 되면 도감을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닌 적이 있다. 길을 가다 생경한 풀꽃을 만나면 도감을 뒤적이며 이름을 찾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간신히 찾아서 이름을 알고 나서 다음에 또 그 꽃을 보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하면 좋겠지만 여전히 그 상태다.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점일 게다. 그러나 여전히 관심은 있다.

  베란다에 있는 화초를 바라보고 신기한 점을 발견해서 아이들에게 흥분한 채로 이야기하면 둘째는 그런다. '엄마는 식물이 좋아? 난 재미없던데.' 한창 활동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것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는 식물은 재미없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사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것은 어렸을 때 그토록 많이 만났던 풀꽃에 대해 보기만 했지 이름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궁금해했다면 어린 시절의 감성과 만나 그들의 이름이 뇌의 한 켠에 자리를 잘 잡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도감이라는 것이 이처럼 보편화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하찮게 여기는 '풀'에 대해 알려주는 도감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가 어렸을 때는 관심이 있었다해도 금새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평창에 있는 자생식물원은 개장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가봤다. 남자들은 관심이 없다고 차에서 있고 딸과 나만 갔던 기억이 난다.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걸어가다 만난 엷은 분홍빛의 노루오줌꽃밭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자생식물원에서 일하며 우리 꽃을 연구하고 있단다. 그 정도면 흔히 자신이 알고 있는 풀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리라 생각할 테지만 꼭 그렇지 않다. 설명하는 부분은 맞지만 마치 나는 모든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새로운 꽃을 만났을 때 잘 몰라서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구하는 모습과 어렸을 때의 이야기가 적당히 섞여 있다. 솔직히 처음엔 자생식물원에서 연구한다는 사람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물론 자생식물원에서 연구하기 한참 전의 이야기겠지만 독자는 현재의 모습만 기억하나 보다.)이 의아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저자가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정감있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찾아다닌 결과 이렇게 되었다는, 아주 당연한 이치를 간과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려니 생각했는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란다. 어쩐지, 글이 빽빽하지 않다 싶었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방식만이 아니라 풀꽃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도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좀 억지스럽다. 어린이 대상 책이라면 모를까, 이런 책에서는 조금 유치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용은 새로 알게 된 부분이 많다. 쇠비름의 줄기가 통통한 이유가 그곳에 물을 많이 저장하기 때문이라거나(그래서 잘 죽지 않았구나. 정말 질긴 풀이라고 생각했었다.) 겨우살이가 싹을 틔우기 위해 사용하는 교묘한 방식 등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이야기는 특히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여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식물에 관심을 덜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식물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별다른 노력없이 그 자리에서 살고 있으리라 여기니 관심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록 움직이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도 그들 나름대로 엄청나게 머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이처럼 그들이 살아남고 후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을 알면 조금은 관심 갖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이 더 신기한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시골에서 엄마가 베란다에 놓으라며 하늘매발톱 몇 포기를 예쁜 화분에 담아 주셨는데 그게 지난 겨울에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밖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베란다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니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늘매발톱은 두어 달 추운 날을 맛봐야 꽃을 피운다던데. 올해 꽃 안 피우면 내년에는 꼭 밖에다 두라고 말씀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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