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 준범이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란 글.그림 / 보림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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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란이라면 <우리 가족입니다>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가다. 그리고 <짜장면 더 주세요>에서 중국음식점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배경이 모두 중국음식점이라는 것. 이것은 곧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중국음식점, 그러니까 신흥반점이 안 나오려나. 가만히 살펴보면 본문에는 나오지 않고 단지 중국음식점을 암시하는 글만 나온다. 그러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뒷표지에서 신흥반점을 만날 수 있다. 단지 이번에는 신흥반점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 뒷집에 사는 준범이가 주인공일 뿐이다.

 공주네와 충원이네, 강희네는 같은 상가에 사는 사람들이다. 처음에 각각의 집을 소개하는데 인물만 바뀔 뿐 모든 것이 똑같아서 거기에 무슨 의도가 숨어있나 하고 열심히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세 집이 똑같은 구조였던 것이다. 준범이가 보기에 공주네 엄마 아빠는 왕비와 왕으로 보인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준범이로서는 엄마와 아빠의 존재자체만으로도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준범이 눈높이에서 보자면 세 집 아이들이 너무 부럽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것도 그렇고 언제나 함께 유치원 가고 같이 노는 것도 부럽다. 그렇기에 이사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밖으로 나 있는 창을 통해 웬만한 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마냥 부러워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함께 놀자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하다. 누군가 낯선 얼굴이 보이면 그가 누구인지 주변 상황이 어떤지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함께 놀자고 제안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후에 더 가슴 뭉클한 장면이 펼쳐진다. 지금의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창문으로 자장면을 갖다 주는 엄마나 그것을 받아서 다같이 먹는 아이들이 어찌 그리 정겹던지. 혼자 남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준범이에게 찾아온 친구들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려 논다.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하자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실은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던 준범이. 그런 준범이가 퇴근하는 할머니를 쫓아다니며 낮에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은 괜히 기분이 좋다. 이제 앞으로 준범이는 앞집의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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